[사설]검찰 '집단행동' 옳지 않다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9시 05분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에 대한 일부 소장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한나라당이 16대 총선 사범 편파수사를 문제삼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데 이어 다음달 8일 의결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을 정하자 일선 검사들이 이에 반대하는 연대서명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사태다.

결론부터 말해 집단행동은 안된다. 동기야 어찌됐건 일선 검사들이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탄핵소추권을 문제삼는 것은 검찰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일선 검사들은 한나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는 ‘검찰 길들이기’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그같은 논리로 법절차마저 부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선 검사들은 헌법이나 법률위반이 아닌 수사결과를 문제삼아 탄핵소추를 할 경우 검찰이 어떻게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탄핵 사유에 대해 법을 확대 해석했는지의 여부도 법에 따라 국회에서 따져야할 문제라고 본다.

검찰은 탄핵소추안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왜 이렇게 불신을 사게 됐는지를 되짚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검찰은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특검제를 자초했고 전직 총장을 구속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문제삼은 선거사범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된 것이라는 재정(裁定)신청을 받아들여 이미 여당의원 2명을 직접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더군다나 일부 검사들이 탄핵소추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갖고 있는 자료를 다 들춰내 부패 정치인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서자”고 얘기했다는 것은 스스로 ‘정치 검찰’임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범죄혐의가 있으면 그 대상이 누구이건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하는 것이 검찰의 할 일이다. 그런데도 새삼스레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검찰이 그동안 사안에 따라 수사강도나 시기를 조절해 왔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곧 정치적 독립을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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