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문화적 진화 알아야 인간 이해"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51분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과 인구학을 가르치고 있고, 1968년에 ‘인구 폭탄’이라는 책을 발표해 찬사와 비판을 한 몸에 받았던 폴 엘리치 박사(68)는 다윈주의적인 생물학적 진화는 물론 문화적 진화도 인류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요즘 신다윈주의와 행동유전학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맞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한다면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인간의 본성들:유전자, 문화, 그리고 인간의 전망’이라는 책을 새로 내놓았다.

이 책에 대해 엘리치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고정된 본성은 없어▼

―책의 제목을 ‘인간의 본성들’이라고 지은 것은 인간이 유전적으로 결정된 단 하나의 본성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본성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확실하게 정해진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와 주위 환경 등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내 책의 주요 테마는 개인과 집단을 서로 다른 존재로 만드는 데 있어서 문화적 진화가 얼마나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강조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대중 사이에 너무나 널리 퍼져 있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견해에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을 형성하는 그 모든 요인들 중에서 문화를 제외시킬 수는 없습니다. 문화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뇌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곧 발표될 예정인데 그 연구에 의하면 일본에서 자란 일본인들과 미국에서 자란 일본인들은 세상에 대해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박사님은 문화적 진화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나는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과 같은 시각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비유전적인 정보가 우리 몸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문화적 진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머리와 책에 저장되어 있는 것, 건물들과 컴퓨터 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이 포함됩니다.

▼유전자 결정론 반박▼

이러한 문화적 정보는 유전정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으며,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플라톤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게 정보를 전달해주었고 내 손자는 내게 유전자를 전해줄 수는 없지만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을 내게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문화적 진화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버리게 만들고, 기름값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 싸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한 번 말해보십시오.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살아온 역사를 살피면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는 거지요.”

(http://www.nytimes.com/2000/10/10/science/10CON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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