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에 맞서 약사회는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의 처방전이 없어도 약국에서 약을 직접 조제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의약분업은 시행한지 두달여만에 사실상 백지화되는 셈이고 이런 혼란 속에 죽어나는 것은 환자뿐이다. 이러니 국민 사이에는 의약분업 자체에 대한 회의와 원성의 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약사법 재개정은 어렵다던 정부는 의료계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하루전에서야 약사법을 다시 개정하겠으며, 이를 위해 의(醫)―약(藥)―정(政) 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의료계측은 정부가 의약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이마저 거부했다. 약계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해도 언제까지 정부가 이런 계획없는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지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이 정부가 과연 의약분업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은 계속하지만 예정됐던 총파업은 강행한다는 의료계의 태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정부는 그동안 ‘준비 안된 의약분업’에 공식 사과하고 약사법 재개정을 약속하는 등 의료계 요구에 상당부분 ‘굴복’을 거듭해왔다. 그런데도 의료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완승(完勝)’을 노리는 독선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는 줄곧 ‘국민과 함께 하는 의료개혁과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민은 거듭되는 의료계의 집단파업에서 의료계가 진정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제가 되는 약사의 임의조제는 안된다는 공감이 이뤄졌다. 대체조제는 약효동등성실험을 거친 약품에 한해 소비자의 선택에 맡길 수도 있는 문제다. 취약한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그 중심은 국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분은 국민과 함께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이 고작 ‘투쟁의 볼모’가 되어서야 그 어떤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의료계는 당장 파업을 풀고 마무리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