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강수돌/사회모순 잘 꼬집은 '박사 실업'

입력 2000-09-15 18:54수정 2009-09-2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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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문제는 그 자체로 개인적 문제이면서 사회적 문제다. 누가 가난한 경우 사람들은 그가 무능력하다, 게으르다, 또는 운명이라는 식으로 덮으려 한다. 그러나 많은 학문적 논의에서는 빈곤은 더 이상 개인적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관련성 속에서 설명돼야 한다고 본다. 그 대표적 설명은 빈곤이 사회구조적 모순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계급적으로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빈곤이 사회구조적 모순의 결과라는 것은 지금의 자본주의사회에서는 토지나 기계, 자본과 같은 주요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가 빈부격차의 원인이라는 말이며 또 사후적 재분배 정책조차 실패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다. 나아가 빈곤이 대물림된다는 말은 교육 기회나 취업 및 소득 기회 등이 구조적으로 차별화되며 이것이 ‘부익부 빈익빈’을 부른다는 말이다. 빈민층 아이들이 또 빈민이 되거나 재벌 2세가 다시 재벌이 되는 것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식의 설명에 심각한 반론을 가하기도 한다. 크게 세가지다. 첫째, 빈민층 자녀도 공부만 잘하면 중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둘째, 노동계급도 주식 소유나 이윤 분배 등을 통해 생산수단에 대한 지분을 갖게 돼 자산가가 될 수 있다. 셋째, 국가가 사회 조세정책 등으로 부의 재분배를 추진해 빈부격차를 좁힐 수 있다.

5일자 이후 3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연재된 ‘박사실업’ 문제는 이런 반론을 무색케 하는 재반론의 성격을 띤다.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매년 8000여명인데 교수나 연구원이 되기 어려워 3000여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보도는 의미 있는 이슈의 제기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한편 6일과 9일자 사설에서는 각기 ‘서민 홀대한 세제 개편’, ‘더 벌어진 소득격차’라는 제하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기본 의식주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대량 발생했고 회복 국면에서도 그 과실이 상위층에만 집중됨을 꼬집었다. 모두들 선진국 운운하는 시점에 아직도 전국엔 16만명의 어린이가 끼니를 거른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도 IMF 위기 이전보다 낮고, 지니계수조차 소득불평등이 심화됨을 보여준다.

또 97년엔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의 4.5배였으나 지난 2분기엔 5.3배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회보장 및 조세 정책은 미비하거나 거꾸로다. 지금도 소득세 상속세 등 직접세 비중이 낮아 부유층에 유리한데 이번 세제 개편이 담배나 액화석유가스(LPG) 등 간접세는 인상하면서 연간 4500만원 초과소득자에겐 5% 소득공제를 해줘 부익부 빈익빈을 재촉한다. 특히 정부가 150만명에서 170만명의 극빈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예산에는 인색하면서도 생산적 복지 운운하기에 구두선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스스로 선택한 빈곤은 삶을 고양시키지만 사회 구조화된 빈곤은 삶을 소진시킨다. 생동하는 개인, 활기찬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언론은 구조적 빈곤의 해결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

강수돌(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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