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천표/IMT2000 시장에 맡겨라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43분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IMT-2000의 문제는 불확실한 기술을 전제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정한 내용과 적절한 정도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이른바 ‘불확실성하의 투자’문제다.

IMT-2000을 위한 기술은 아직 개발이 완료돼 있지 않고 따라서 그 표준이 확정돼 있지 않다. 기술적 차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장래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사업에 뛰어 들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막대한 이익의 기대는 무산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는 측은 마땅히 불확실성하의 투자 결정의 논리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사회 전체로는 이런 개별사업자들의 시도가 사회 전체적으로 적정 규모와 내용을 가진 투자로 결말지워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하의 투자결정에 관한 기본 원칙은 결정을 시장에 맞기고 정부가 간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위험을 가장 잘 감지하고 대처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결과가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결정을 하게 해야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맡기는 방법으로는 크게 보아 '주파수(즉 사실상 사업권) 경매제' 와 '최소한의 자격 심사 후 경매제' 라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전적으로 정부가 자격을 심사해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에 배제되기 때문이다. 현재 3개의 사업자 컨소시엄이 대기중이고 사업권도 3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업자를 선정하는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3개 후보자에게 사업권 획득을 위한 난관은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이들 3개 후보자가 투자의 내용 측면에서 국민경제적 고려를 외면하기 쉬워져 적정한 정도와 내용의 투자를 하게 돼야 한다는 요망이 무시될 위험성은 더 커졌다. 서비스사업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하면서 자신의 투자와 관련있는 연관산업에 대한 고려는 소홀히 할 여지가 커졌다.

IMT-2000사업과 관련된 연관산업으로는 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교환기나 기지국 장비 등을 만드는 장비산업과 단말기산업, 그리고 이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도를 제공하는 응용소프트웨어 및 컨텐츠산업을 들 수 있다. 실로 국민경제적으로 보면 생산될 부가가치의 규모는 IMT-2000 서비스 제공 그 자체로부터 얻어지는 것보다는 이런 다양한 연관산업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더 클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아직 이런 연관산업에서 생산될 부가가치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태세와 너무도 대조된다. 미국은 2.5세대 무선통신이 실제화되는 것을 피동적으로 인지할 뿐 적극적으로 IMT-2000의 기치하에 3세대 무선통신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2.5세대가 되든 3세대가 되든 관계없이 반드시 소요되는 핵심장비 및 관련 부품과 예상되는 소프트웨어 및 컨텐츠를 마련하려는데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비스 자체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 필요한 관련산업의 정비에 열정을 쏟으면서 실속을 차리려 하고 있다. 이른바 m-commerce라고 하여 무선을 이용하게 될 전자상거래에 대해 실리콘밸리 소재의 대부분 회사가 열렬히 준비중이라는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증거하고 있다.

사업자 후보자가 대체로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들 후보 사업자가 동기 또는 비동기식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가 소홀히 하고 있는 이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사실상의 대응 내용이 결판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미국의 실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각 후보 사업자는 국민경제적 연관효과를 반드시 감안해 최선의 투자결정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손익계산으로 관련산업에 피해를 주고 종국에는 자신의 입지도 좁히는 잘못을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천표(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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