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뒤바뀐 상식/전세금 올라도 집값은 그대로

  • 입력 2000년 8월 31일 19시 02분


아파트의 변화만큼 아파트 투자 기법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90년대 중반까지 유효했던 '집은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신화가 깨지고 주택보급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예상된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부동산 투자이론의 허실을 따져보고 새로운 투자 기법을 정리해본다.

▽전세금 오른다고 집값 오르지 않는다〓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금이 오르면 집값이 따라 오른다'는 말은 진리였지만 지난해 말 이후 그럴 듯한 주장의 하나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강북지역 소형아파트의 전세금은 매매가의 70∼80%까지 올랐지만 매매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이사는 "500만∼600만원 정도만 보태도 집을 살 수 있는 소형아파트가 널려 있음에도 이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주수요층인 젊은 세대들이 등록세와 취득세, 재산세 등을 고려할 때 구입보다 임대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집값 상승폭이 집 구입 자금으로 주식이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얻게 될 수익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떴다방 많다고 프리미엄 높은 것 아니다〓지난해 상반기까지 아파트 분양현장을 옮겨다니며 분양권 중개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이동중개업자인 '떴다방'이 몰려야 높은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나 올해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는 '떴다방'이 가세하면서 청약경쟁률은 수십∼수백대 1을 넘었지만 계약률은 50%를 넘기 어려웠고 프리미엄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심지어 "떴다방이 뜨면 오히려 미분양 사태가 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실장은 "아파트 시장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대체 투자상품이 아니다〓최근 몇 년 전만 해도 '증시가 활황을 보인 후 6∼12개월 정도 지나면 부동산 가격이 뛴다'는 부동산 경기 후행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과 증시가 함께 오르고 내린다는 동행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부동산 경기가 반짝 활기를 보인 것과 벤처 열기를 타고 코스닥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 시기는 거의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수요자들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부동산가격과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목적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이젠 꿩 먹고 알 먹고 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시세차익과 같은 단기간 투자자라면 일단 한강변에 있고 전망이 뛰어나면서 대단지인 아파트 중 40평형 이상의 중대형을 타깃으로 삼는 게 좋다. 반면 임대수입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한다면 교통편이 좋으면서 생활편익시설을 고루 갖춘 20평형대 아파트를 고르자. 실수요자라면 가능한 직장이나 등하교 여건 등을 고려하면서 무리하게 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좋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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