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이태진 외 지음/서울상업사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7분


고려시대에도 서울은 3경 중의 하나였지만 종로거리가 지금처럼 우리나라 상업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1394년 10월 조선이 수도를 지금의 서울에 자리잡으면서부터다. 그로부터 600여년, 서울 상업의 변천사를 다룬 공동연구서가 출간됐다. 서울대 이태진, 한국과학기술대 고동환, 덕성여대 한상권, 고려대 이헌창교수 등 10명의 한국사연구자들이 참여한 이 책에서는 조선초부터 1930년대까지 서울의 상업을 시대별로 점검한다.

15세기는 시전을 중심으로 서울 상업이 틀을 잡은 시기, 16세기는 서울 상업이 동아시아 삼국 등의 시장에 연결되는 확대의 시기, 17∼18세기는 영조와 정조의 탕평정책에 따른 상업정책을 기반으로 서울의 도시화와 전국적 경제력 향상이 이뤄지고 이를 배경으로 한 내적 재도약이 달성되는 시기, 19세기 전반기는 다시 변모된 국제교역체계에 노출된 시기, 개항이후 1930년대까지는 정책의 결정권과 상권 자체를 이미 남에게 빼앗기거나 종속된 상태에서 상업활동이 활기를 잃은 시기. 시기별로 서울 상업은 뚜렷한 특징을 가지며 그 시대 조선과 그 주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 중에도 1904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서울 상업의 주도권을 완전 장악한 후 서울의 상업은 그 이후의 발전에 큰 멍에를 안게 된다.

특히 이태진교수는 18세기 관련 논문들에 주목하며 “서울상업이 18세기에 정부와 상인의 관계를 넘어 도성민과 국민 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로 확대 발전함에 따라, 소시민보호 차원에서 새로운 상업정책이 탕평정치의 일환으로 꾀해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지적한다. 이 시대에 상업의 발전과 함께 정책에 반영된 균분적(均分的) 경제의식은 정치적으로 발전적인 것일 뿐더러 현대 “오늘날 한국인의 의식 한쪽에도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교수는 또 한편으로 “그런 균분적 정책이 순수히 경제적인 면에서 어떤 발전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앞으로 깊이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564쪽, 2만2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