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金泳三 기념관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44분


미국에는 10여 곳의 대통령 ‘기록관’이 있다. 이 기록관은 대통령 ‘도서관’ 또는 대통령‘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통령 ‘기념관’이라고 이름 붙은 곳은 현재 워싱턴D C에 있는 제퍼슨과 링컨 기념관 정도다. 그만큼 ‘기념관’이라는 말을 함부로 붙이지 않는다. 대통령 박물관이나 도서관은 주로 대통령의 고향이나 정치적 연고지에 민간 주도로 건립되어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기록관을 처음 갖게 된 사람은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대통령의 개인적 자료와 통치사료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국가의 유산이므로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자신의 모든 것을 연방정부에 헌납했다. 이에 감동한 주변사람들이 사재를 털어 기록관을 건립해 주었다. 그 후 미국의 대통령 기록관은 재직시 있었던 일을 후손들에게 생생히 보여주고 역사의 교훈을 얻게 한다는 뜻에서, 그것도 국고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민간 주도로 건립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국고 수백억원을 들여 수도 서울의 요지에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기념관을 짓는다고 해 비판의 소리가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께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고향인 경남 거제에 자신의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박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강력히 비판했던 김전대통령이고 보면 무슨 정치적 속뜻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기념관을 짓겠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 국고지원 여부와 그리고 장소가 고향이냐, 서울이냐에 차이가 있다. 또 큰 차이는 한 분은 작고한 사람이고 한 분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김전대통령은 재직시 통치사료나 자료를 많이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구두보고를 받았고 보고서를 만들었어도 파기토록 한 것이 많았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기록보관소가 소장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자료건수는 전두환(3만7000여건) 박정희(3만6000여건) 노태우(1만6000여건) 김영삼(7700여건) 순이라고 한다. 김전대통령이 기념관을 세우면 무엇을 보관하고 기념토록 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를 것인지 궁금하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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