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약 찾아 헤매는 환자들

  • 입력 2000년 8월 2일 23시 19분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된 지난 이틀 동안 환자들이 겪은 불편은 예상보다 컸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 약을 손에 쥐기까지의 시간이 전보다 훨씬 많이 걸렸음은 물론이고 처방전에 쓰여 있는 의약품을 얻기 위해 여러 곳의 약국을 헤매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한달 동안 계도기간을 두었음에도 보건당국이나 약국 병원들이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쪽에서는 동네의원들이 정부의 의약분업 강행에 항의해 문을 닫은 곳이 많고 대형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파업을 벌이는 등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월 의사들이 집단 폐업을 벌였을 때보다는 다소 나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폐업에 가담하지 않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일단 원외처방전을 끊어주었으며 대형 병원 주변의 약국에서는 약 조제 시간이 길게 걸리긴 했어도 환자들이 처방약을 받아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상당기간 혼란을 각오해야 할 듯하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당분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의약분업의 원활한 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제약회사와 약국들은 분업에 필요한 약품을 갖추는 데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의 성패는 약국에서 얼마나 다양한 약품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이틀 동안 국민이 불편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약국에 없는 약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약국의 준비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병 의원들이 평소 처방해온 약품 리스트를 아직 인근 약국에 알려주지 않고 있는 탓도 있다. 이와 함께 필요한 약품을 약국에 바로바로 공급해 주는 배송시스템도 확충되어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 일부러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의약품을 처방하는 등 ‘심술’을 부렸다는 보도가 만약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병원들이 원외처방전을 내주기로 했다면 환자들의 약품 구입이 용이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의 도리다.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어려운 처지의 환자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집단 폐업중인 의원들도 환자를 위해서라도 일단 문을 여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도 의료계를 설득하는 일을 포함해 의약 분업의 빠른 정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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