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청문회 안거치는 검찰총장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35분


“후보자는 검찰총장감이었는데 대법관 후보자가 돼 아깝다는 검찰 내부의 평가가 있는데 맞습니까.”

7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은 강신욱(姜信旭)씨에 대한 질문에 앞서 이렇게 물었다. 단순한 ‘인사치레’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 한마디는 그러나 ‘검찰 출신 대법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법관이 ‘명예’의 자리라면 검찰총장은 ‘명예와 권력’을 함께 누리는 자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그래서인지 검사들은 대부분 검찰총장이 되려는 ‘꿈’을 꾼다.

검찰총장은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전체 검찰 조직을 지휘해 법과 질서, 사회정의를 지켜 나가야 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검찰총장은 이같이 막강한 권한과 책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국회법 규정은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번 청문회를 지켜본 한 변호사는 “대법관과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서 과거사를 검증받는 마당에 검찰총장이 더 이상 ‘열외(列外)’여야 할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시민단체와 야당의 오래된 주장이지만 번번이 여당과 검찰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특별검사제’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다.

야당이던 민주당은 정권교체 후“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라며 당론을 바꿨고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총장이 모든 것을 드러내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과거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충성을 다할 자기 사람’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는 정권의 속성과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 약속을 요구받는 것이 거북스러운 검찰의 속내가 깔려 있다고 믿는 이가 더 많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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