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막가파식 증시낙관 경계해야

  • 입력 2000년 7월 9일 19시 04분


언제나 그렇듯이 주식시장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희망과 두려움, 욕심, 부러움 같은 복잡한 감정이 토론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요즘은 주가전망에 대한 토론에 정치적 논리까지 개입돼 합리적 토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놓고 진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주식시장을 밝게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요즘은 ‘논리 정연한 회의론자’들의 얘기가 많이 들린다. ‘불합리한 주식활황’의 저자 로버트 실러나 ‘월스트리트 평가하기’의 공동저자인 앤드루 스미더스와 스티븐 라이트 등이 그런 사람들인데 이들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현재의 주식 가치는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의 주가수익률(PER)은 과거 평균치의 배 수준을 넘어섰다. 따라서 이런 관점은 분명 진지하게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논리정연한 희망론자들’, 예컨대 1993년에 출간된 명저 ‘장기 활황을 타고 있는 주식들’의 저자 제레미 시겔 같은 사람은 주식이 역사적으로 위험은 적고 수익성은 높은 투자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언제나 과거에 지불했던 가격 이상으로 기꺼이 주식을 살 정도로 주식은 훌륭한 투자수단이었다.

어떤 주식값이 과거의 기준으로 볼 때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이는 불합리한 활황세가 지속된다기보다는 불합리한 회의론이 수그러들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논리 정연한 희망론자들은 막연하게 ‘주식이 여전히 엄청나게 저평가돼 있다’거나 ‘주식에 투자하면 투자자들은 과거 수십년 동안 저평가된 주식으로 이익을 본 것만큼이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런 주장을 펴는 ‘막가파식 희망론자’들과 ‘논리 정연한 희망론자’들을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논리 정연한 희망론자들이나 논리 정연한 회의론자들의 의견은 심사숙고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막가파식 희망론자들에게까지 그렇게 해줄 필요는 없다.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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