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암벽타는 수의사 이정임씨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여성의 구리빛 근육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북부지소 연구원인 수의사 이정임씨(31). 그녀를 만나면 세 번 놀라게 된다.

먼저 새까만 피부. 무슨 여자가 그리 새까만지 하얀 의사 가운이 눈이 부실 정도.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화장기 없는 얼굴이 전형적인 건강 미인이다.

그뿐인가.같이 목욕탕에 간 동료들은 그녀의 몸을 보고 또 한번 놀란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탄력있는 몸매가 석고상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험하기로 소문난 북한산의 인수봉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암벽등반의 전문가라는 점. 연구소에서 가축을 돌보던 가녀린 손길로 거대한 바위를 줄달음치며 타는 모습은 다람쥐가 따로 없을 정도다.

그녀가 훈련받은 남자도 진땀을 뺀다는 암벽등반에 입문한 것은 건국대 2학년때인 89년. 대학 써클 산악부의 악바리 회원으로 이름 꽤나 날리던 그녀는 이때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대학 연맹 산악부의 대장으로 있던 만능 스포츠맨 송철웅씨를 만나게 된 것. 자그마치 5년이나 차이가 나는 하늘같은 선배였던 송씨는 그녀의 ‘사부’이자 나중엔 평생의 동반자가 됐다.

송씨의 지도 아래 체계적으로 암벽등반의 기초를 다진 그녀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송씨와 어깨를 겨룰 만한 ‘고수’로 성장했다.

“한가윗날 밤에 인수봉 정상에서 둥근 보름달을 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사람이 있으면 저라고 생각하면 돼요. 텐트없이 침낭 속에 들어가 자는 비박도 참 많이 했죠.”

언젠가 설악산 울산암 등반을 할 때는 바위에 박아놓은 징의 볼트가 풀리는 바람에 죽을 고비도 넘겼다는 이정임씨.

그녀는 수의사답게 가까운 인수봉 등반때는 애견 심바를 데리고 가기도 한다. 개가 어떻게 암벽등반을 하겠는가는 의문은 심바를 줄에 묶어 끌어올리는 그녀의 구리빛 팔뚝을 보면 금새 풀린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덤비죠. 그리고 산사람이 좋았어요. 최근 파주에서 발병한 구제역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어 산을 찾을 기회가 없어 아쉬웠어요.”

암벽등반 외에도 패트롤 수준의 스키 실력과 산악자전거 경력을 자랑하는 이정임씨. 그녀야 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건강 미인이 아닐까.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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