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최후진술 尹 “이런 바보가 쿠데타하나”… 책상치며 궤변

  • 동아일보

[尹 내란 1심 내달 19일 선고]
“계엄 설명하면 될거라 순진한 생각… 동네 애 이름 말하듯 의원 체포하나”
내란 증거 쏟아졌는데 변명 일관… 1만7000자 읽으며 사과는 없어
지귀연 “원활한 소송지휘 못해 죄송”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 중계 화면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 중계 화면 캡처
“(나 같은)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하느냐. 쿠데타 할 정도면 눈치가 빨라야 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은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90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 문란 폭동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 헌법재판소에서 설명하면 잘 정리될 것이라 순진하게 생각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13일 오전부터 시작된 결심공판은 14일 0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사전에 준비해 온 1만7000자 분량의 원고를 읽어가며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도 국민을 향한 사과는커녕 유감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았다.

● 재판서 내란 증거 쏟아졌지만 尹 “망상과 소설” 주장

윤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내란몰이라는 목표로 수사가 아닌 조작과 왜곡을 하고 있다. 공소장은 객관적 사실에 맞지 않는 망상과 소설일 뿐”이라며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게 질서 유지 차원이며 국회를 마비시킬 목적이 아니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들의 출입과 업무는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졌던 재판에선 이와 반대되는 진술과 증거가 수차례 나왔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인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7일 재판에선 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특전사 군인이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관 문 걸어 잠그고 (계엄 해제) 의결하려고 하고 있다. 문짝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육성 무전 대화가 법정에서 재생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가 동네 애 이름 얘기하듯이 나오는 것이냐”며 “체포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인 체포조’ 명단이 적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메모가 특검 수사로 드러났고, 여 전 사령관은 자신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로 체포 대상자 이름을 불러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그만두란다고 그만두는 내란 봤느냐”며 “국회를 해산하려고 했으면 전국을 장갑차와 탱크로 평정해야 한다. (내가) 그런 시도라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선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을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 “체제 전복 세력이 비상계엄 유도해 탄핵” 궤변도

그는 최후진술에서 “나라의 위기가 초래된 상황이 국회 때문”이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 반대’ 피켓을 든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인 상황에 대해 “거대 야당과 체제 전복 세력이 국정 마비 상황까지 몰아 비상계엄을 불가피하게 유도하고 탄핵과 내란몰이를 기획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투입한 소수 병력 중 일부는 마당에서 수천 명 군중에 둘러싸여 폭행당했다”며 “특전사가 폭도들한테 폭행당해도 맞기만 하고 나왔다”는 황당한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베네수엘라 같은 독재국가를 보라”며 “사법부를 장악해서 독재 권력을 만들어내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이날 오전 2시 20분경에서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까지 종료되자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소송 지휘를 원활하게 하지 못한 제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인권 보장, 그리고 적법 절차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신 변호사님들께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이 이날 마무리되면서 내란 재판은 다음 달 19일 선고만 앞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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