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10만원으로 멋진 영화 만든 사람 모여라"

  • 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6분


‘10만원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2년 전만 해도 그랬다. 97년 6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십만원 비디오 페스티벌’이 시작됐을 때 이 ‘장난’같은 영화제가 계속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보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더 익숙한 신세대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이 영화제에 몰려 들었다. 석달에 한 번씩 열려온 이 행사에 지금까지 출품된 비디오 작품들은 400여편.

‘십만원 비디오 페스티벌’을 운영해온 기획팀 ‘꿈꾸는 사람들’의 최소원씨(26)와 유준석씨(20)는 이 행사를 ‘아마추어들의 놀이터’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마추어란 기술적인 미숙함을 개선하면서도, 독창성과 실험정신을 잃지 않는 창작자들입니다.”(최소원)

이 행사에 나오는 작품들은 대개 20대 젊은이와 고교생들이 10만원 안팎의 적은 돈과 비디오 카메라로 주위 사람들과 알음알음으로 만든 단편 비디오 작품들. 기발하고 튀는 아이디어가 많아 충무로의 영화 감독들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구경하러 오기도 한다.

홍대 앞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최소원씨는 혼자 만든 비디오 영화의 상영기회를 찾다가 자신처럼 비디오 작품을 만들어놓고 관객에게 보여줄 기회를 찾지 못하던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행사를 시작했다.

‘십만원 비디오 페스티벌’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던 유준석씨는 이 행사의 정신에 투철한 ‘십만원 맨’. 중고교 때 혼자 15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대학을 6개월만에 포기하고 올 4월 카페를 빌려 자신의 비디오 작품인 ‘스팀’의 시사회를 가졌다.

행사가 널리 알려지면서 ‘십만원의 아마추어 정신’이 점점 퇴색돼가는 바람에 기획팀도 여러 번 물갈이돼 왔다. 이들은 제10회 페스티벌(12∼14일, 이화여대 박물관)의 마지막 날인 14일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창작자”임을 선언하는 ‘아마추어 독립 파티’를 연다. 미래 영상문화의 주역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의 첨병, 프로보다 멋진 아마추어가 되는 것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