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바둑계 큰별 13년마다 출현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
‘한국 바둑계의 역사는 13년마다 한번씩 다시 쓰여진다.’

올해들어 이세돌 3단이 32연승을 기록하는 등 경이적인 성적을 내며 활약하자 바둑계에는 ‘13년 주기설’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즉 13년을 기본으로 12∼14년 정도에 한번씩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갈 큰 재목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13년 주기설’의 골자. 한국바둑사를 살펴보면 이같은 가설이 제법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 프로바둑의 원년은 보통 해방이후 조선기원이 설립된 48년으로 잡는다. 이 때는 조남철(趙南哲) 9단의 전성시대. 조9단은 48년 전국위기선수권전을 획득한데 이어 56년 탄생한 국수전을 차지하는 등 10여년 동안 전성기를 누린다.

이로부터 13년 뒤인 61년 김인(金寅) 9단이 화려하게 등장한다. 당시 김9단은 김명환 김봉선 민영현 등 강자들을 모두 잠재우며 국수전과 최고위전 도전권을 따내 조남철9단과 도전기를 가졌다. 김 9단은 당시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막강 조남철’ 상대로 두 번이나 승리, 바둑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이후 김9단은 일본으로 건너가 2년여간 바둑수업을 쌓은 뒤 귀국, 65년 드디어 국수전 타이틀을 획득하면서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또 10여년이 흘렀다. 일본에서 바둑 유학중이던 조훈현(曺薰鉉) 9단이 72년 병역문제 때문에 귀국한다. 조9단은 군복무로 인해 귀국 첫해에는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73년부터 본선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해 74년 김인 9단에게 최고위전을 접수했다. 이후 서봉수(徐奉洙) 9단의 끈질긴 저항이 있었지만 그는 모든 기전에서 우승하는 ‘천하통일’을 3차례나 기록하는 등 10여년이상 ‘무적시대’를 구가했다. 조훈현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존재였다.

그러나 역사의 시계가 다시 13년이 흐른 87년 12세 소년 이창호(李昌鎬)가 등장했다. 86년 입단한 이창호는 87년부터 본선 무대에 뛰어들어 활약하기 시작하더니 88년 KBS 바둑왕전 타이틀을 차지했다. 당시 나이가 만 14세 1개월. 세계 최연소 타이틀 획득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이후 이창호는 스승인 조9단에게 차례로 타이틀을 빼앗으며 마침내 1인자로 등극했다.

또 바둑대회의 세계화 속에서 이9단은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어 한국바둑을 세계바둑의 최강자로 올려놓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리고 또 13년 뒤 이세돌(李世乭) 3단이라는 신예가 나타나 바둑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3단의 올해 성적은 40승3패(승률 93%). 이3단이 이번 34기 왕위전 도전권을 따내 이창호 9단에게 도전한다면 13년주기설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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