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꽃배달 '인터플로라'

  • 입력 2000년 6월 27일 18시 55분


안녕 엘린, 편지 받고 바로 답장 안해줘도 좋아.(이게 아닌데)

엘린, 응 뭐랄까, 우리가 함께 했던 지난 2년은 말이야….(이것도 이상하군)

엘린, 당신 내가 요령있게 바로 설 수 있게 해주지 않으련….(너무 딱딱한가?)

나의 유일한 진실된 사랑….(좀 유치하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처음 전하는 편지. 건네기도 어렵지만 쓰는 것은 더욱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한 줄 썼다가는 지우고 다시 썼다가 또 지우고.

‘헨릭’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한 다른 광고의 내용은 더욱 절실하다.

‘헨릭, 네가 아직 여기 있는 것처럼 느껴져’. ‘음, 나의 왕자 무슨 얘기부터 해야할지…’. 역시 아무리해도 맘에 안든다. ‘어젯밤은 내 생애 최고의 밤이었어’나 ‘헨릭,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야’도 마찬가지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유치하게 느껴지거나 어색하기만 하다.

‘인터플로라’라는 한 인터넷 꽃배달회사의 광고다. 사랑을 고백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지만 꽃을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광고는 연애편지의 첫 구절을 연상시키는 몇 개의 문장을 적어놓고 펜으로 직직 지워버렸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마음에 쏙드는 문장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어 빨간 장미꽃과 함께 “꽃 한송이, 살아있는 러브레터입니다”라는 카피.

연애편지를 꽃 배달에 연결시킨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철저하게 광고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광고를 제작한 점이 돋보인다. 광고가 나간 후 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꽃으로 사랑을 고백하려는 주문이 몰려들었을 듯 싶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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