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철승/6·25 남침 사과부터 받아라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6·25전쟁 50주년, 호국 보훈의 달에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보고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당혹스럽고 참담한 심경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6·25 당시 ‘학련구국대’를 조직해 혈서 지원을 시키고 후방 지원에 앞장섰던 필자로서는 먼저 가신 선배와 동지들의 명복을 빌며 감사할 따름이다.

6·25는 미군이 완전 철수해 버린 상태에서 스탈린의 지시로 남한 전역을 공산화하기 위한 남침전쟁이라는 것은 러시아 문서 보관소에서 발견된 최근 자료에서도 분명히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50년 동안 자행한 수많은 도발과 반인륜적 범죄는 모두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이 부른 죄악상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상황은 어떤가. 8만여명의 납북 인사와 5만여명의 미귀환 국군포로의 생사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 통일이 다 된 것처럼 날뛰고 수많은 전몰군경 유가족들이 3대째 거리의 노숙자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6·25 당시 한국군 사상자 31만9700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14만2000여명의 미군이 희생됐고, 흥남 철수 때는 피란민 10만명을 철수시키면서 장진(부전)호 부근 미해병 1사단 장병 6000여명이 얼어죽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장본인인 양 매도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는 것은 한미 공조 체제를 깨는 큰 배신 행위로 공산화 통일을 획책하는 불순한 기도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전향 장기수는 국가 전복과 소요 책동을 목적으로 남파된 간첩으로, 이들을 송환한다는 것은 바로 안보와 국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6·25는 남침과 그간의 무력 도발에 대한 시인 사과 배상 재발방지 조치가 선행될 때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북한을 자극한다고 6·25 50주년 기념 행사를 축소키로 했다는 것은 6·25전쟁에 참전한 우방과 전선에서 희생된 114만1000여명의 군경과 300만명의 민간인 및 그 유가족들을 전적으로 비통하게 만드는 것이다.

50년 전 6·25 때는 그래도 건국 지도자가 건재하고 국민의 반공 의식이 투철했지만 지금은 지역 분열과 사상적 공동화현상으로 6·25 직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6·25전쟁 처리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휴전선 이남의 우리만 국론이 분열되고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있으니 건국 이념과 민족 정기는 누가 지킬 것인가.

이철승(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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