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두산홍원기 '내야수비 그랜드슬램'

  • 입력 2000년 6월 14일 01시 38분


“우즈가 골반이 아프대요 글쎄. 여자도 아니면서….”

13일 부산 사직구장. 두산 내야수 홍원기(27)는 경기 전 선발타자 명단에 자신이 1루수로 올라 있는 것을 가리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땜방용 내야수’지만 올시즌에만 3루-2루-유격수에 이어 1루수까지 맡게 돼 ‘내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 그가 챙겨야 할 글러브는 유격수-3루수 겸용과 2루수, 1루수용의 세 종류. 원정경기 때면 그의 가방은 글러브로 꽉 채워질 정도가 됐다.

사실 팀타율 3할대의 막강 두산 타선에서 그가 내야 한자리를 차지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전공인 3루엔 잠실구장 장외홈런의 주인공 김동주가 버티고 있고 유격수 김민호와 2루수 안경현-이종민이 번갈아 지키는 키스톤 콤비로는 수비력에서 명함을 내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야수면 누구나 맡을 수 있는 1루는 98홈런왕 우즈와 지난해 입단한 ‘비운의 강타자’ 강혁의 경연장.

그러나 홍원기의 ‘성공시대’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우즈의 경우처럼 올시즌 두산은 내야수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부상해 그에게 끊임없는 출장기회를 보장했던 것.

고려대 시절 국가대표 대형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때를 놓치지 않고 비록 규정타석에는 절반밖에 못 미치지만 3할대의 고타율을 자랑하며 프로 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가고 있다.

<부산〓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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