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송도 신도시 건설 난항 "먼지만 폴폴"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59분


서울 여의도의 20배 규모인 2900만평의 매립지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1994년 7월 시작된 인천 송도 신도시 건설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1단계 공사구간 535만평 중 지난해 2, 4공구 176만평의 매립공사가 완료됐지만 이 곳의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할 기업체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매립지도 거의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땅 분양-기업유치 안돼 업체-인천市 결별검토도▼

또 단지개발과 마케팅업무를 맡았던 ㈜미디어밸리(회장 김기환·金基桓)가 사업추진방식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2년간 마찰을 빚으면서 최근 사업결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대우통신, 인텔, 한국통신 등 52개 회사의 출자로 설립된 ㈜미디어밸리는 송도 신도시의 단지개발과 기업유치를 맡는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97년 인천시와 체결한 바 있다.

인천시는 기업유치 실적이 없는 미디어밸리 측에 대해 “개발업무를 포기하고 마케팅 업무에만 주력하라”는 입장을 지난달에 통보했다. 반면 미디어밸리 측은 “인천시가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있는데다 개발권까지 회수하려 한다”며 송도 신도시에서 손을 떼고 서울 상암동에 조성될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 투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방채 1500억원 발행 4년뒤 재정파탄 우려▼

이같이 송도신도시 조성사업에 ‘적신호’가 켜지자 매립비용 조달을 위해 그동안 1500억원 가량의 지방채를 발행한 인천시가 부채 원금과 이자를 본격적으로 갚아 나가야 할 2004년 이후에는 재정파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업실적〓현재까지 매립지가 거의 팔리지 않는데다 유치 기업도 거의 없는 실정. 인천시는 조성원가에 준하는 가격파괴로 98년 말부터 송도신도시 매립지역을 분양해 건축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달 8일에야 비로소 첫 건물 기공식을 가졌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테크노파크 내 5000평 부지에 연면적 1700평의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를 2002년 3월경 개관할 예정인 것.

▽대책〓인천대 이찬근(李贊根·무역학과)교수는 “자금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 송도 신도시에 외국자본을 유인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개발권과 관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인천시가 2선으로 물러나고 실수요자 중심의 회사가 정보기반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립사업에 반대해왔던 환경보호론자들은 매립사업을 중단하고 사업영역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도시생태연구소 박병상(朴炳相·44)소장은 “아직도 수 만 쌍의 거머리갈매기 물떼새 등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송도갯벌을 해양생태관광지로 가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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