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LG특수관계인 '전자'株 2000억어치 집중매집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LG칼텍스정유 허동수 대표를 비롯한 LG그룹 대주주 일가가 3월말부터 최근까지 약 2000억원을 들여 LG전자 주식을 6%(특수관계인 포함) 가량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LG전자는 LG정보통신과의 합병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대주주들은 아직 실익은 없으나 막대한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이들 대주주들은 두 회사의 합병사실을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가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은 이에 대해 대주주가 주력기업인 LG전자의 지분을 높이기 위해 매입한 것이지 시세차익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LG전자 주식매집과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구본무 회장은 3월28일 17만7000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기 시작해 4월18일 44만4650주, 19일 53만3830주, 20일 33만3030주 등 총 148만8510주를 매입했다. 지분은 0.63%에서 1.86%로 올라갔다.

구회장 동생인 구본능씨는 31만8250주(취득후 지분 0.94%), 구본식씨는 32만7900주(취득후 지분 0.87%)를 샀다. 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씨 일가도 주식매집에 동참해 LG칼텍스정유 허동수 대표이사가 4월24일∼5월3일 98만3420주(취득후 지분 1.19%)를, LG전선 허창수 회장은 3월21일∼4월21일 72만1350주(1.21%)를 샀다.

LG전자 개인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작년말 5.5%에서 현재는 12.5%로 높아졌다.

▽합병정보를 미리 알았을까〓LG그룹은 IMT2000 사업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LG전자를 그룹 내 주력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LG정보통신과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주가는 지난달 29일 2만6550원이었으나 합병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 계속 올라 1일 3만2000원대에 진입했다.

문제는 LG전자와 LG정보통신 합병결정은 LG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를 알고 주식을 매집했다면 증권거래법상 내부자거래에 해당된다.

▽LG그룹 해명〓LG그룹은 이에 대해 복잡했던 출자구조를 주력회사인 LG화학 및 LG전자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것이 그룹의 방침이라며 대주주가 LG칼텍스정유 및 LG유통 주식을 LG화학에 팔아 마련한 여유자금 1조원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LG그룹은 “대주주가 주력기업인 LG전자 주식을 팔 이유도 없으며 합병 후 주식을 팔 계획도 없어 시세차익을 노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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