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조수철/자녀의 자존심 건드리지 말자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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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다. 최근 친구 생일날에 모여 축하 파티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는 밤늦게 귀가했다.

어머니:너 왜 이렇게 늦었니?

김군:친구 생일이었어요.

어머니:어디서 놀았니?

김군:저녁 식사하고 노래방에 갔어요.

어머니:너 술 마셨니?

김군:….

어머니:너 술 마셨구나. 너 나이가 몇 살이라고 벌써 술 마시고 돌아다니니?

김군:다 마시는데 나만 마시지 말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아버지:그만해요. 나도 그 나이에 술을 마셨는데 별일 아닌 것 가지고 왜 그렇게 야단치는 거요?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대화의 양식이지만 이런 형태의 대화는 부모와 자녀 관계에 많은 문제를 낳는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자녀가 부모 곁을 떠나 사회에 나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효과적으로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쌓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인간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가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신(信)이라는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믿는다는 뜻의 ‘신’은 ‘사람(人)의 말(言)’이라는 어원을 갖는다. 따라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대화 관계가 중요하다.

첫째는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대화를 하되 자녀들이 말을 많이 하도록 하고 부모는 듣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구거이(細口巨耳·입은 작게 하고 귀는 크게 한다)’라는 말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는 일정한 행동에 대해서는 일정한 가르침을 내려야 한다.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하여 부모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 신뢰 관계는 형성될 수 없다.

세번째는 자녀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자녀들과의 약속을 우습게 알고 실천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행동이다.

네번째는 부드러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 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딱딱한 말투보다는 부드러운 말이 더 설득력 있고 신뢰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섯번째는 화가 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화를 참지 못하면 감정적인 차원에서 말을 하게 된다. 자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면 신뢰 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스스로 항상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모범을 보이고 이것을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실천하는 것, 이것이 자녀들의 대인관계에 있어서 신뢰받는 인간으로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진하기자> j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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