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견기업 회사채만기 6∼8월 집중 "여름공포"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38분


다음달부터 8월까지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중견기업의 회사채가 금융시장의 또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들의 대부분은 투기등급 채권으로 투신권의 회사채 매입여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차환발행(일종의 만기연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들이 자금경색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3조3395억원, 7월 5조5000억원, 8월 3조원 등 약12조원의 회사채물량이 일시에 만기가 도래한다.

9∼12월에는 5대 그룹 회사채 발행물량이 몰려있어 하반기에 만기 도래 회사채물량은 29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6월 이후 회사채 만기가 몰려있는 것은 기업들이 예금자부분보장제가 시행되는 2001년전에 만기를 맞추려고 한데다 97년 외환위기 직전 대거 발행한 3년물이 이번에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문제는 회사채 만기 물량이 아니라 2차 금융구조조정과 채권시가평가제로 금융시장의 동요가 예상되는 6∼8월에 신용등급 ‘BB’등급 이하의 투기등급채권의 만기가 몰려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신권과 은행권은 2차 구조조정으로 채권만기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럴 경우 이들 기업들은 3개월짜리 기업어음(CP) 등으로 단기자금을 조달해 상환해야 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또 새한사태 이후 새한과 비슷한 신용등급의 회사나 중견기업에 대해 금리차등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들 기업은 더욱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이 여신 축소에 착수해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의 차입구조가 점차 단기화되고 부담해야하는 금리가 높아지면 새한그룹처럼 시장에 루머가 돌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며 “외환위기때와 지난해 대우 워크아웃으로 나타났던 금융경색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금의 단기화현상이 심화될 경우 장단기 금리의 동반상승이 예상되면서 제2차 금융구조조정과 맞물려 금융시장을 전반적으로 불안한 국면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금리전망과 관련해 다음달부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들이 금리상승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라며 “우량 회사채와 투기등급채권 사이의 금리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자금조달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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