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總理(총리)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總理는 國務(국무)를 總括管理(총괄관리)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國務總理라고도 한다. 본디 중국에서 유래한 官職(관직)이다. 중국에서 전통적인 宰相(재상)제를 폐지하고 內閣(내각)제로 전환한 것은 明나라 때였다. 淸나라도 이를 답습해 六部를 두었는데 外交를 맡아보던 기관은 理審院(이심원)이었다. 그러나 1840년 阿片戰爭(아편전쟁)의 勃發(발발)과 함께 서양과 교섭할 필요성이 커지자 總理各國通商事務衙門(총리각국통상사무아문·약칭 總理衙門)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우리의 외교통상부와 흡사하다.

우리의 경우 1880년(고종 18년)에 國軍機務(국군기무)를 관장하는 統理機務衙門(통리기무아문)을 두어 그 장을 總理大臣(총리대신·약칭 總理)이라고 불렀는데 領議政(영의정)이 겸직했다. 그러나 후에 폐지됐다가 1894년 甲午更張(갑오경장) 때 부활돼 초대 總理大臣에 金弘集(김홍집)이 임명됐다. 명칭도 內閣總理大臣으로 바뀌면서 權限이 대폭 강화됐다. 왕의 명령을 받들어 百官(백관)을 통괄하고 국정의 전반적인 사항을 보고받아 이를 왕에게 奏請(주청)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나 이 總理制度는 1910년 한일합병과 동시에 또다시 폐지되고 만다.

현재의 國務總理제도는 1948년 정부수립 이래 설치돼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그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統割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실제 권한은 대통령의 意中에 左右되는 경우가 많았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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