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김상종교수-서울시, 7년 수돗물공방끝 법정으로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가, 없는가.”

7년 넘게 끌어온 수돗몰 세균 논쟁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서울시는 23일 서울 시내 수돗물 바이러스 오염 사실을 발표한 김상종(金相鍾·48·서울대 생명과학부)교수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가 기자회견 내용을 문제삼아 형사고발 조치를 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그만큼 서울시의 사정이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김정우(金正祐)수질과장은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연간 홍보비만 10억원을 써도 이런 얘기가 나돌면 끝장”이라고 한탄했다.

김교수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법정에서 수돗물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모두 밝힐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유수한 시민단체의 공익변호사들이 원군(援軍)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김교수의 설명.

김교수와 서울시의 악연(惡緣)은 7년 전부터 움트기 시작했다. 93년 김교수는 당시 서울시내 수돗물에서 병원성 세균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서울시를 경악케 했다.

당시 김교수는 “미국 환경청(EPA)의 공인된 수질검사를 통해 서울시내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당시 서울시 자문기구인 수질감시위원회 권숙표(權肅杓)위원장은 “김교수팀의 검사방식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일본 등에서 통용되는 일반세균 측정 방법이 아니다”며 “수돗물에는 세균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서울시는 ‘수돗물 먹기’ 캠페인을 벌였으나 여진(餘震)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교수는 지난해에는 수돗물에서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주장해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올해 들어서도 그는 최근 “잠실 논현동 일대 수돗물에서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 등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서울시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졌고 서울시는 급기야 그를 고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여전히 김교수의 검사 방법은 신뢰할 수 없다”면서 “자체 조사 결과 수돗물에서 단 한 차례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미국 정부는 수돗물 감염 위험 때문에 수돗물 기준과 정수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우리 행정당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거듭 행정당국을 비판했다. 김정우과장은 “법정에서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라며 “앞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학설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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