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유는 자신의 방법론의 열쇠를 30년 전에 스위스에서 자폐 아동들을 연구하다가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한다. 그들이 머리가 대단히 좋으면서도 말을 잘 배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정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언어학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단어는 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정서적 공명을 갖고 있어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게 된다고 한다.
라파유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정서적 기억들이 개인의 무의식과 인류 전체의 집단 무의식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고 가정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 ‘문화적 무의식’은 언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문화마다, 나라마다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문화는 전적으로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라는 라파유의 이론은 여러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커피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라파유는 유럽의 경우 거리 곳곳에서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집 안에서만 커피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커피를 끓이는 냄새가 곧 ‘집’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입수할 수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고객을 데리고 새 집을 보러 갈 때 고객이 그 집에서 가정의 아늑함을 맛보게 하도록 미리 커피를 끓여 냄새를 풍긴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10년 전에 커피 회사인 폴저스에 제출했고 폴저스는 지금도 가정의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광고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완벽한 것을 좋아하는 독일인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실수를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실수는 곧 계속적인 개선의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수많은 실수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미국은 하나의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바로 꿈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필자:잭 히트(NYT 매거진 기고가)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marketi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