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미국인 의식조사]결혼생활의 위기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03분


나와 내 아내 신시아는 미국 영토를 횡단해서 시애틀로 갔다. 그곳에 있는 워싱턴 대학이 부부관계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었다.

첫날 우리는 몸에 여러 개의 전극을 매달고 말다툼을 했다. 내 아내는 내가 자기를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사랑하듯이 숭배하고 있을 뿐, 자기에게 정말로 주의를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주장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좀더 사려 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실험이 있기 전, 우리는 러브 랩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실을 맡고 있는 존 고트만 교수를 만났다. 유대교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MIT에서 수학을 공부한 그는 오랫동안 심리 치료사들의 영역이었던 결혼에 과학을 적용시킴으로써 명성을 얻은 인물이었다. 고트만은 1998년에 다른 학자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러브 랩이 부부의 행동에 대한 관찰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구분할 수 있었다고 선언했다. 불행한 부부의 경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시간이 5초 더 길다는 것이었다. 또 성공적인 아내들은 남편을 비난할 때 더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고, 성공적인 남편들은 아내의 말을 더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트만이 우리에게 두 번째로 한 실험은 아파트처럼 꾸며진 실험실에 우리 두 사람을 남겨두고 우리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감시하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의식하며 어색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실험결과 우리는 놀이 부문에서 0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태도 부문에서는 신시아가 8점, 내가 12점을 기록했다.

세 번째 실험은 결혼생활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고트만과 면담을 하는 것이었다. 네 번째로 우리는 다시 전극을 매달고 말다툼을 했다.

실험이 모두 끝난 후 우리는 실험결과를 듣기 위해 다시 고트만을 만났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두 번째 실험 결과는 좋았다. 문제는 말다툼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경멸 반응을 1번 보였고, 아내는 내게 경멸 반응을 5번 보였다. 아내는 또한 호전성 반응을 2번, 비난 반응을 130번 보였다. 나는 긴장을 11번 했고, 방어적인 태도를 132번 취했다. 두 사람 모두 기쁨이나 유머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내심 고트만의 실험결과를 평가절하하는 데 골몰했다.

아내는 고트만이 나더러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나는 그들의 실험에서 섹스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아내가 선언했다.

"이번 실험이 우리 결혼에 도움이 되긴 했어. 난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의 주장이 옳았다는 걸 입증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

(http : //www. nytimes. 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marria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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