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FRB, 연말까지 금리 얼마나 더 올릴까

  • 입력 2000년 5월 12일 17시 59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목표치를 얼마나 상향 조정할 것인가를 놓고 한국증시는 물론 세계증시가 숨을 죽인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관심의 촛점이 오는 16일의 FOMC회의에서 결정될 금리인상폭이 어느 정도냐에서 추가인상이 있을 것이냐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CNN을 비롯, 로이터 블룸버그 CNBC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도 오는 16일 금리인상 규모를 0.5%포인트로 전제한 채, 향후 추가 인상 여부와 폭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다음번 정책회의를 놓고 벌써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다소 이른 감도 있지만, 세계의 중앙은행인 FRB의 금리인상은 금리는 물론 달러가치, 달러표시 자산가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국제 자금의 흐름(플로우)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높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미국의 CNBC방송이 11일(현지시각) FRB와 직접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1차 거래은행의 딜러 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차후 은행간 초단기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의 움직임을 전망케 해준다.

CNBC에 따르면 28명의 전문딜러 가운데, 26명이 오는 16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을 점친 딜러는 2명에 불과했다. 금리인상의 대세가 0.5%포인트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다. FRB가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높일 경우 연방금리는 현행 6.0%에서 6.5%가 된다.

주목되는 것은 다음달 27∼28일 이틀동안 열리는 FOMC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 폭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게 나왔다. 17명의 딜러는 0.25%포인트의 추가 인상을 점친데 반해, 2명의 딜러는 0.5%포인트의 추가인상을 예상했다. 나머지 7명은 추가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FRB가 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한 것은 지난 95년 2월이 마지막이었다. 90년말부터 테이크오프를 시작한 미국경제가 3년이상 고공비행을 하는 등 과열기미를 보이자 '경기 연착륙(softlanding)'을 위한 조치였다. 앞서 94년에는 9월 비정기 FOMC(FOMC 정례회의는 2,3,5,6,8,10,11,12월 등 1년에 8차례만 열린다)를 열어 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는 등 소프트랜딩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의 이같은 노력이 미국 건국 이후 최장기의 경기호황을 가능케한 것으로 믿고 있다.

이같은 과거의 선례와 관점에서 보면, 오는 16일의 회의 이후에도 FRB의 추가금리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일 발표한 '미국경제 분석 보고서'에서 본격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FRB가 올 여름까지 연방금리를 1%포인트 정도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OECD는 미 경제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경제의 취약성이 확대되면서 경기순환도 위협받고 있다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3%대 이하로 묶으려면 단기금리의 추가인상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11일자에서 연방금리가 연내 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는 금융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금리인상 외에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우세한 셈이다.

그러나 시각을 넓혀서 보면 FRB가 금리를 인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결정적인 증거는 유로화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0.9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의 이같은 추세는 작년초 출범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유로당 0.8845에서 다소 올라선 것이지만 바닥권에서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유로약세는 근본적으로 유럽경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유럽경제은 지난 90년 초반서부터 계속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진입중이다. 그럼에도 유로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미국의 주식 채권 등 달러표시자산가치가 유럽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의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다. 미국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려면 유로를 팔고, 달러를 매입해야 하는 등 달러수요가 항상 초과상태이기 때문에 달러가치는 오르는 반면, 유로가치는 하락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인의 평균 저축률은 0.4%에 불과하다. 증시활황 등 자본소득 증가에 힘입어 주택마련 등 왕성한 소비력을 과시해온 것이다.

이같이 미국증시 등 자본시장에 묻혀있던 유럽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증시폭락→달러표시 자산가치 하락→소비 위축→경기침체→수입축소→세계경제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게 된다.

특히 미국의 증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FRB가 자국의 물가불안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높일 경우 이는 달러화 수요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자본이탈을 초래, 미국증시의 붕괴와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FRB의 6월 정책회의와 향후 통화정책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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