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베트남전 참전용사 이중렬씨 하노이서 자선사업

  • 입력 2000년 5월 1일 20시 47분


“한때 이 곳에서 총을 들고 싸웠지만 이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수도 하노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베트남전 참전용사 이중렬씨(55·사진)는 지난달 30일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베트남 어린이와 학생들을 도우며 이 땅에서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가 처음 베트남 땅을 밟은 것은 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 9월. 십자성부대 병참장교로 나트랑지역 군수지원사령부에서 1년간 복무했던 그는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며 한국과의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군 제대후 무역회사에 들어갔던 이씨는 근무회사가 호치민지사를 설치하자 자원해 베트남에 다시 왔다.

96년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베트남에 정착한 그는 이듬해 5월 하노이에 조그만 음식점을 낸 뒤 베트남인을 돕기 위해 작은 자선사업들을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뒤 너무나 비참하게 생활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6·25 전쟁을 겪은 한국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총을 들고 직접 이 땅의 사람들과 싸운 만큼 속죄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씨는 한달에 두 번씩 승용차로 두시간반 가량 떨어진 빙푹현 럽탁에 있는 ‘희망의 집’이라는 보육원을 방문해 식량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97년말에는 교민 3명과 함께 생활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뛰어난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주는 장학회도 만들었다.

“최근 참전 한국군이 베트남 주민을 학살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과거의 불행했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민간이나 정부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이종훈기자> taylor55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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