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증시 태풍의 눈 '현대 파동'

  • 입력 2000년 5월 1일 17시 22분


최근 증시 태풍의 눈은 단연 '현대 파동'이다.

'현대 파동'과 함께 '시장 신뢰'라는 말도 증시참여자들에게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문제는 시장의 신뢰와 맞물려 주가의 급등과 폭락을 반복하게 만든 주인(主因)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원장이 현대투신측에서 제시한 경영정상화 계획안에 대해 '함량미달'이라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제 현대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문제 해결에 대한 공이 현대측에 떠넘겨짐에 따라 현대측의 다음 승부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그러나 "지금 상태론 사재출연등이 문제해결의 최적 방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정부의 진정한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현대투신의 경영정상화 계획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한 것은 우선 실현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창식(李昌植) 현대투신 사장이 올해안으로 2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발표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외자를 유치할 대상국도, 대상기관도 불명확하다"며 "현재로선 현대투신의 희망사항 정도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것

현대투신의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 매각을 통해 7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 또한 증권당국은 "실현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는 입장이다.

현대투신이 제시한 향후 영업전망 및 영업이익 분석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현대투신은 경영정상화 계획안을 통해 오는 2002년까지 1조 4000억원의 순익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증시의 불투명성을 감안한다면 이 계획 또한 '가장 낙관적인 분석'으로 시장의 설득력을 얻기엔 역부족 이라는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당국은 따라서 현대투신의 경영이 정상화 되기 위해서는 신규자금이 조기에 투입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자제하고 있지만 증시에서 현대그룹 총수 일가의 '사재(私財) 출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과는 달리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현대투신에 대해서만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현대투신은 사기업" 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계산은 오너의 우선 책임(사재출연)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경영혁신에 까지 미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현대파동의 근인(近因)을 제공한 것은 지난달 현대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정몽헌(鄭夢憲) 정몽구(鄭夢九)회장 측근들의 힘겨루기였던 이른바 '왕자의 난'이 꼽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월등히 크다"며 "현대투신을 포함해 현대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소유 및 지배구조가 혁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는 '사재출연'이라는 실탄(實彈)제공과 함께 '경영혁신 프로그램 제시' 등 현대측의 자구노력과 성의표시를 겨냥하고 있다.

이같은 전제조건이 실현되야만 연계차입금 해소를 위한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재출연이라는 카드가 현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삼성자동차의 선례(先例)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측은 삼성자동차 부실과 관련한 정부측의 압박에 대해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함으로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따라서 이번 현대파동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정부측이 현대그룹에 보낸 이같은 시그널에 대해 현대그룹이 어느 수준에서 타협점을 만들어 낼 것 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타협안이 과연 증시참여자들로부터 '시장의 신뢰'를 얻을수 있느냐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대 "실현가능한 방안부터 찾겠다"

현대그룹은 현대투신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 정부측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자 향후 대책 마련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현대측은 정부의 사재출연 압박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사재를 출연할 방안이 없는 것 아니냐"며 "현대투신 경영부실문제를 총수일가의 사재출연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 관계자는 "오너의 사재가 대부분 상장계열사의 주식형태 이기 때문에 오너 마음대로 상장사 주식을 출연할 수는 없다"며 "현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현대투신 출자문제도 일반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택배와 현대정보기술등 비 상장업체들은 지분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사재출연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측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경우 이들 비상장주식을 현대투신에 출연하거나 담보물로 제공하는 방안은 여전히 유효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는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할 때 적용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사재출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와 관련한 삼성측 사재출연의 경우는 정부와 삼성간에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조건으로 진행된것"이라며 "삼성생명 상장시 상당금액의 이득이 삼성측에 제공된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투신 경영정상화문제와는 출발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초 현대투신의 증자과정에서 대주주 법인들이 5000억원의 정도의 증자에 이미 참여해 자금동원력이 그만큼 여유가 없어진 셈"이라며 "소그룹 분리등 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지분정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사재출연이 말처럼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의 신뢰얻기가 열쇠

이에따라 현대측은 현대투신이 계획하고 있는 1조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과 관련,기관투자가 매각분 6000억원 가운데 일부를 계열사가 나누어 인수하는 방안을 포함해 실현 가능한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김영일 미래에셋 이사는 "시장은 현대의 해결방안에 대한 내용보다는 현대의 사태수습 자세를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를 얻기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현대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현대파동은 현대측이 마련해야 할 추가적인 수습방안의 '약효'에 따라 증시가 다시 한번 춤을 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선 현대가 제시할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 증시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김동원 <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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