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텔레콤 독점은 안된다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한 전말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 이날 공정위는 결정내용을 발표하면서 “합병의 효율과 폐해를 계량적으로 비교할 수가 없었다”고 얼버무렸지만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효율의 증대보다는 독과점의 폐해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가 합병의 효율과 폐해에 대한 비교 판단을 포기했다면 ‘효율이 폐해보다 클 때는 경쟁제한적 기업결합도 허용할 수 있다’는 법조항은 아예 적용할 수 없다. 이 경우엔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기업결합은 불허한다는 법조항에 따르는 게 순리다. 공정위가 내부적으로 폐해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한 게 사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요컨대 어느 경우건 이들 양사에 대한 결합 허용은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엄격하게 지킨 결정이 아니다.

정부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지분 51% 확보 이후 4개월 이상 결정을 미루다가 ‘어쩔 수없이’ 조건부 허용으로 결론을 내린 경위도 석연치 않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절차를 끝낼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합병을 백지화시킬 경우 시장에 미칠 충격과 부작용이 눈에 어른거리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결정을 내린 것이다. 총선을 의식했건, 또다른 사정이 있었건 행정의 투명성과 경제원칙에의 충실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불투명한 태도는 SK텔레콤과 후발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간의 심각한 대립과 비시장적 로비전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 간의 대결양상이 서로 법정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단계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회사에 대해 사후적으로나마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도록 단서를 달았지만 내년 7월 이후엔 이를 해제키로 한 것은 합병회사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합병회사측이 내년 6월말까지만 참으면 된다면서 편법을 동원해 미봉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시늉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 독과점의 폐해와 업계내 분쟁이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후속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이 차세대 이동통신분야인 IMT 2000사업의 독점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합병회사측은 독과점의 폐해보다 대형화 및 중복투자 해소를 통한 효율이 훨씬 클 것이라는 주장을 사실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공정경쟁질서를 깨거나 소비자들에게 횡포를 부린다면 결국 시장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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