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美 무역적자 괜찮나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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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미국 무역수지의 균형을 염려한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었을 때 비관론자들은 이를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경제위기를 초래케 하는 ‘하드 랜딩’이 임박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세기가 시작된 요즘 흥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무역적자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이다. 미 상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1월의 무역적자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무역적자 폭은 사상최대 규모였지만 시장(市場)은 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회계방법을 바꾸는 바람에 하루 동안 주가가 3분의 2나 폭락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사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어떤 면에서 이같은 무관심은 괜찮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무역적자에 대한 집착은 경제정책의 개악을 초래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무관심해서는 안된다. 현재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양호한 편이다. 국내수요가 충분한 정도를 넘어설 만큼 활발하기 때문에 무역적자가 실업을 초래하지는 않고 있다. 또 투자자본도 대거 유입되고 있어 수입품의 대금을 결제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이같은 자본의 유입은 높은 주가와 저금리를 이어가게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다른 주요국가들과 비교할 때 최고의 성장률과 가장 낮은 실업률, 가장 큰 예산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역적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배당금을 내지 못한다고 급성장하는 회사를 단기에 매각하려는 것과 같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 궁극적으로는 투자자에 대한 배당을 통해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것처럼 아무리 성공적인 경제라 할지라도 수입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만큼 수출을 해야만 한다. 현재처럼 유입되는 자본으로 수입을 막는 것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무역적자가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초래하는 것이다. 1985년에서 1987년까지 현재보다 작은 무역적자 폭에 의해 촉발된 달러화의 급락은 마르크화나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40%나 끌어내렸다.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외국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강세가 적어도 10년은 지속되리라고 판단해 10년짜리 미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역적자 때문에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외국 투자자들은 앞만 보고 무모하게 달리다 이미 절벽의 가장자리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들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유입에 익숙해진 미국의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경제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당신을 해칠 수도 있다.

<정리〓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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