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독일의 어린이 안전교육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길을 건널 때는 오른쪽을 먼저 봐야 할까요, 왼쪽을 먼저 봐야 할까요.”

독일 본시 인근에 위치한 소도시 맥켄하임의 한 교회 유치원. 유치원 교사가 도로를 횡단할 때 주의해야 할 내용을 담은 팜플렛을 유치원생들에게 나눠준 뒤 교통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교사의 물음에 유치원생들은 저마다 ‘오른쪽’ ‘왼쪽’을 외쳐댔다. 교사는 “처음엔 차가 오는 방향인 왼쪽을 보고 다음엔 오른쪽을 본 뒤 다시 왼쪽을 보고 차가 오지 않으면 건너야 한다”고 정답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곤 두세명씩을 앞으로 불러내 실습을 하게 했다.

▼취학전에 자원봉사자가 담당▼

독일의 어린이 교통교육은 유치원 시절부터 실시된다. 독일 교통안전공단(DVR)이 80년 시작한 ‘어린이와 교통’이란 이름의 교통교육은 어린이를 ‘보행자로서의 어린이’ ‘자전거 타는 어린이’ ‘차량 승객으로서의 어린이’ ‘학교가는 어린이’ 등으로 나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취학 이전의 어린이에 대한 교통교육은 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뤄진다. 어린이 교통교육을 맡고 싶은 사람이 인근의 유치원이나 교회를 찾아 신청하면 DVR은 이들을 모아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 기간 교육을 시킨다.

교통교육 교재는 단순히 ‘하지 말라’ 식의 단순 교육방식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심리 지각능력 행동양식 등과 교통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졌다. 또 호랑이 공룡 등 각종 동물 캐릭터를 동원한 만화와 그림을 적절히 섞어 재미있게 꾸며졌다.

▼초등학교 5학년되면 자전거 면허▼

자원봉사자들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저녁시간을 이용해 취학 전 아동을 둔 부모들도 교육시킨다. 이같은 교육방식으로 지난해 1년 동안 1만번 이상의 교육이 열려 15만명의 부모가 교육을 받았다.

자원봉사자는 매번 교육 때마다 정부로부터 약 100마르크(한화 7만7000원)의 교육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신망이 있는 사람이어야 될 수 있다. 어린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등하교길에 대한 안전교육이 실시된다. 이 교육은 부모와 함께 집에서 학교까지 실제로 길을 걸어가면서 주의할 점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학교나 자원봉사자가 담당한다.

일단 취학을 하면 학교에서 모든 교통교육을 전담한다. 학교마다 교통교육 전담 교사가 1명씩 지정돼 있으며 이들이 전학년의 수업을 맡는다. 한해 동안의 교육시간은 각 주(독일은 16개주의 연합)마다 다르지만 최소 교육시간(40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경찰관의 입회 아래 자전거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필수 코스로 돼 있다. 또 17세가 되면 거의 모든 학생이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전단계로 운전학교를 다닌다.

독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한해 350명선. 70년대의 1200여명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DVR의 작클렌 라크로이 교통안전국제협력관은 “어린이 교통교육의 초점이 점차 ‘보행자로서의 어린이’ 위주에서 ‘승객으로서의 어린이’ 위주로 바뀌면서 갈수록 부모에 대한 교육이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에 대한 교육도 중요시▼

직접 운전을 하는 어머니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직장과 쇼핑센터 등을 다니며 어린이를 옆에 태우고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승객으로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본=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전문가 기고▼

교통질서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질서 중 하나다. 교통질서는 또한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는 점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먼저 이에 대한 국민의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식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이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교통교육은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등 학교를 통해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선진국들은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미래의 운전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거의 형식적인 교육에 그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관심을 갖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2, 3세 때부터 교통교육을 시킨다. 물론 이들에겐 직접 교육을 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부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교육한다. 각종 문화단체나 기관들은 주부교실 어머니교실 등을 열어 부모들에게 교통교육을 시킨다.

초중고교생들에 대한 교통교육도 중요하다. 미래의 자녀나 조카, 동생들에게 교통질서와 안전에 대한 의식을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의식을 바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운전기사와 운수업체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각종 효율적인 교통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올바른 교육이 실시돼 ‘무질서의 나라’ ‘사고 왕국’이란 불명예를 탈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성빈(명지대 교수·교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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