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신영국-김형태/선거기간 여론조사 공표 금지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정당들의 후보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총선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따르면 후보 등록(3월 28, 29일) 이후 투표일(4월 13일)까지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된다. 여론 왜곡과 유권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에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의 알 권리와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선거 때마다 팽팽하게 부닥친다.》

▼찬성▼

한국도 이제 여론조사를 빼놓고 선거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게 돼 있다. 근소한 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4·13총선을 한달 이상 남겨둔 지금도 여론조사를 빙자한 후보들의 홍보가 지나쳐 유권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선거과열을 부추기고 돈 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행위다. 특히 선거기간에까지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자유롭게 허용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대결을 비롯한 선거운동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기보다 여론조사 수치로 미리 재단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에 집착한 후보자들이 편법을 동원하고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론조사의 공신력도 문제다. 국내에서 선거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이 90년대 들어 생겨난 것이다. 여론조사시 표본수, 표본 선정, 설문내용 등 조사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감안할 때 선거기간 중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왜곡된 정보를 생산해 유권자의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해 조사방법의 강화와 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기관의 제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조작은 입증이 어려울뿐더러 처벌된다 하더라도 선거가 끝난 뒤에는 무의미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허용돼야 한다. 그러나 선거기간에까지 허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신영국(한나라당 의원)

▼반대▼

세종대왕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을 불쌍히 여겨 한글을 만들었다. 봉건왕조 시대의 백성은 성군 성현의 가르침에 따르고 그 통치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이 시대의 정치가 법조인들은 자신들이 왕조시대의 성군 성현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국민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여겨 금지하고 가르치려 한다. 국민이 대표자 심부름꾼을 뽑는 선거에서도 행여 잘못될세라 노심초사다. 시민단체가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나 반대해도 안되고 선거기간중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해도 안된다. 헌법재판소는 공표를 금지하는 이유로 두가지를 들었다.

첫째, 여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승산있는 쪽으로 가담하는 밴드왜건(ban-dwagon)효과나 반대로 불리한 편을 동정하는 열세자효과가 나타나 국민의 진의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백성으로 보는 봉건왕조적 시각이다. 헌법에 적힌대로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므로 ‘어리석은’결정을 해도 그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다. 때로 돈이나 지역주의에 휩쓸리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우리 국민은 4·19혁명, 6월항쟁 등의 예에서 보듯 역사의 진보나 민주주의를 향해 느리지만 착실하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누가 국민을 어리석게 여기고 알권리를 침해하려는가.

여론조사 공표금지의 둘째 이유로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의 폐해를 들고 있으나 이 역시 잘못된 여론조사는 결국 시장원리에 의해 도태되고 만다는 법칙을 모르는 소치다. ‘진리와 허위가 서로 싸우게 하라. 자유롭고 개방된 싸움의 장이 보장된다면 과연 그 누가 진리가 패할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밀턴의 말이다. 국민은 더이상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다.

김형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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