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공천절차를 다시 각 정당의 당헌에 위임했기 때문에 당헌내용과 그 준수 여부가 중요하다. 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헌법에서 정당법을 거쳐 자율적 영역인 정당의 당헌으로 넘어가면서 법적 강제성을 상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지구당 대의기관의 의사 반영은 엄연한 법적 요건이다. 그런데 어느 정당도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은 지구당 대의원 대회에서 비밀투표로 공천대상자를 제청하도록 규정했지만 이번 총선만은 총재가 당무위를 거쳐 공천할 수 있게 하는 부칙을 두었다. 그러나 당헌 부칙이 헌법 취지와 정당법 조항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위헌이거나 최소한 정당법을 위반한 공천일 소지가 크다. 한나라당의 당헌은 ‘후보자는 당무회의의 심의와 총재단 회의의 협의를 거쳐 총재가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민주성의 요건인 지구당 대의원의 의사반영 절차가 아예 없다. 당헌 자체가 위헌이거나 위법일 소지가 매우 크다.
▷자민련의 당헌은 ‘지구당 선거인단이 선출한 후보자를 당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총재가 결정한다’고 했고 ‘선거인단은 지구당 대회 대의원으로 한다’고 법정요건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 공천작업에서 이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여야 3당의 공천절차가 갖는 공통점은 최종 결정권을 총재 1인에게 집중시켰다는 사실이다. 중앙당 의결기관의 합의나 표결이라는 민주적 방식을 배제했다. ‘공천혁명’이 이뤄지려면 헌법과 정당법의 규정에 따른 공천절차가 반드시 당헌에 명시돼야 하고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김재홍논설위원> 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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