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특정금전신탁엔 돈 몰리네"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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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자금 운용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돈이 몰리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개인의 여유자금이 대거 몰려 특정금전신탁 수신고가 올들어 14일까지 4426억원 증가했다. 최근 신탁상품의 수익률 저하로 신종적립신탁과 개발신탁에서 1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

신탁계정의 완전분리 이후 자금이탈을 걱정해온 은행권은 고객 기호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특정금전신탁을 신탁계정의 주력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기업 주가관리 효과 만점〓특정금전신탁에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이 특정금전신탁을 자사주 펀드의 운용처로 선택하기 때문.

상장기업이 시장에서 자사주식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매입수량과 시기 등을 공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자사주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특정금전신탁에 돈을 맡기면 이같은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거래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므로 거래전략이 노출되지 않는데다 하루 자사주 매입수량 제한을 받지 않는 것도 주가관리의 효과를 높이는 요인.

신한은행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펀드를 개설하면서 이 자금을 하나은행에 맡겼다. 신한은행 종합기획부 이동환차장은 “총 유통물량 2억4000만주 중 3%인 750만∼800만주를 소화해 주주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은행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자사 주식을 사는 것은 공신력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위탁매입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도 은행권이 순매수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데는 상장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을 조건으로 특정금전신탁에 맡긴 ‘실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

은행은 예탁자가 원하는 대로 돈을 굴려주고 수탁자금의 0.5% 안팎을 수수료로 챙길 뿐 일정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할 의무가 없어 특정금전신탁 예치를 반긴다.

▽돈많은 개인에게도 인기〓은행들이 운용대상을 우량기업 채권이나 주식 등으로 한정한 ‘맞춤형’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부유층 고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10일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예스맞춤 신탁을 내놓은 데 이어 조흥은행도 나이스맞춤 신탁을 20일부터 판매한다.

기존 상품은 운용대상을 채권 주식 대출 등으로 막연히 설정한 반면 맞춤형 신탁은 부실위험이 거의 없는 국공채와 우량기업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편입가능 자산에 포함시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최저가입 한도는 1억원으로 외환은행의 경우 발매 1주일 만에 510억원을 끌어들이는 등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해당 은행들은 거액 우량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자산운용 명세를 수시로 통보하고 전담펀드 매니저를 배치할 계획이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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