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德談(덕담)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30여년 전만 해도 시골에서는 설날 茶禮(차례)를 마치고 나면 으레 동네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렸다. 동네에는 꼭 세배를 드려야 할 어른 몇 분이 계셔서 무조건 찾아가는데 예도 올릴 겸 이 기회에 세뱃돈이라도 몇 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어려웠던 때라 돈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고 강정 몇 조각과 韓果(한과) 한 접시가 보통이었다.

이때 어른들로부터 듣게 되는 德談이 있다. 우리 고장에선 아주 간단해 ‘그래 過歲는 잘 했는가’하고 물었다. 참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德談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德談은 그 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어 國民性을 엿볼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恭禧發財’(꽁시 파 차이)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돈 많이 버십시오’다. 아예 돈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우리보다 좀더 솔직하고 직설적인 것 같다.

이 사람들도 우리처럼 세뱃돈을 주고 받는데 그것을 壓歲錢(압세전)이라고 한다. 慶事를 상징하는 붉은 색 봉투 紅包(홍 빠오)에 빳빳한 새 돈을 넣어 준다. 반드시 짝수로 넣는다. 참고로 祝儀金(축의금)은 짝수, 弔慰金(조위금)은 홀수로 해야 한다. 또 萬事亨通을 뜻하는 ‘萬事如意’(완 스 루 이)라는 말도 주고 받는다.

우리는 세뱃돈도 그냥 주며 덕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한다. 물론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 祈求(기구)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원래 德談은 이미 성취된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축하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하기를 기원합니다’ 보다는 ‘…하셨으니 얼마나 좋습니까’라는 식이다. 지금은 다들 祈願의 뜻으로 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