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첨단 아파트가 뜬다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8시 37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쏟아지는 오전 6시.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모닝콜이 울리자 K씨(무역회사 부장·47) 가족은 일어났다.

K씨와 중학2학년인 아들은 부스스한 얼굴로 운동복을 입은 채 지하 1층에 마련된 스포츠센터로 향한다. K씨는 실내골프장에서, 아들은 수영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를 한 뒤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내는 9단계로 조정이 가능한 실내조명을 가능한 한 부드러운 톤으로 낮춰놓고 아침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집 가까운 곳에서 고객과 미팅약속이 있는 K씨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서재에서 인터넷을 이용, 업무를 본다.

그 사이 아내는 TV화면을 통해 이달치 관리비 명세와 입주민 공지사항을 점검한 뒤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기기 위해 단지내 슈퍼에 새로 들어온 간식거리가 있는지 TV로 확인해본다.

바깥에 비가 더욱 거세진다. 아내는 집안에 습기를 없애기 위해 공기 정화 강도를 조금 높인 후 여름이불 빨래를 싸들고 1층에 있는 빨래방으로 향한다. 아내는 빨래가 다 될까지 남는 시간을 이용,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가을을 즐긴다.”

21세기 미래를 얘기한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다.

지금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아파트에선 이런 생활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는 ‘먹고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주거는 물론 문화생활과 일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이규인(李揆仁)책임연구원은 이처럼 아파트가 변화하는 것은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확대되고 △높은 주택보급률로 주택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됐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재택근무는 기본▼

▽재택근무는 기본〓평당 1000만원이 넘는 고가아파트나 고급빌라, 오피스텔 등에만 설치됐던 광통신망이 일반아파트에도 기본 설치품목으로 바뀌고 있다.

광통신망을깔면 전화를쓰면서 PC통신이나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각종 단지내 상가시설을 집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단지내 입주민이 공유할 수 있는 랜(LAN)망이 갖춰진 곳에선 단지내 상가와 연결해 전자홈쇼핑을 즐길 수 있다.

단지내 학원에 다니던 자녀들은 집에서 학원강의도 들을 수 있다. 몸이 아프면 단지내 병원과 연결, 홈닥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대림산업의 경우 입주자에게 전자우편 ID를 제공한다.

▼인테리어 맞춤시공▼

▽성냥갑같은 아파트는 없다〓아파트가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고 획일적으로 지어진 아파트에 거주자에 맞춰 살던 때는 이미 지났다.

같은 단지내 아파트라도 평면구조나 인테리어를 다양하게 바꿔 입주자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한 선택형아파트가 선보이고 있다.

쌍용건설의 경기 용인시 구성 2차 쌍용아파트는 평면이 입주자의 생활방식이나 가족수 등에 따라 △기본세대형 △개인작업실형 △응접실형 △취미실형 △개방거실형 등 5가지나 된다.

색상은 체리톤의 ‘엘레강스’와 흰색계열의 ‘네오모던’ 등 두 가지.

따라서 입주자가 고를 수 있는 아파트 평면은 10가지가 되는 셈.

평면이나 인테리어 자체를 아예 입주자가 원하는대로 지어주는 주문형아파트가 있다.

입주자가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평면을 미리 설계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주문하면 된다.

그동안 일부 고급빌라나 전원주택에서만 도입돼왔으나 최근 철골조아파트 건설이 늘어나면서 도입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주상복합아파트 ‘쉐르빌’을 공급하면서 ‘맞춤시공’을 도입,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수준 고급 시설▼

▽호텔같은 아파트〓출입구를 들어서면 고급호텔처럼 꾸며진 로비를 갖춘 주상복합아파트가 늘고 있다.

대부분 평당 1000만원 안팎의 고급아파트들이 이같은 설비를 갖춘다.

이들 아파트에는 헬스장 실내골프연습장 수영장 사우나장 등이 들어선 입주민 전용스포츠센터와 조깅트랙 바비큐파티장 비즈니스지원센터 등과 같은 서비스시설이 들어선다.

또 우편물 관리나 경비업무는 물론 여행예약 민원대행 서비스 모닝콜서비스 빨래대행과 같은 서비스도 제공된다.

대림산업이 지어 12월중 입주하게 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크로빌이 이같은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다. 올 상반기에 분양된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나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도 이같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지내 녹지공원▼

▽도심속 전원아파트〓96년 이후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의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른바 ‘도심속 전원아파트’가 그 것.

그동안 선보인 환경친화형 아파트는 현관앞 전실을 녹지공간으로 꾸미고 인공폭포나 분수를 설치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단지내에 대형공원을 설치하거나 실개울 생태공원 등을 꾸미는 것은 기본이고 지상공간 전체를 아예 녹지공원으로 만드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LG건설과 대상건설. LG가 연초 경기 수원시 금곡동에 지은 LG빌리지의 경우 직경 60m의 초대형 분수공원이 들어선 2000평 규모의 공원을 설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대상건설이 연초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주차장을 전부 지하로 배치, 화제가 됐다.

▼음성주택 머잖아 일반화▼

▽앞으로 예상되는 주택〓앞으로 선보일 첨단 미래형아파트는 어떤 것일까.

현재 가시화된 것들은 △말로 집안의 모든 기기를 작동하는 음성주택 △강원도 설악산 근처 해안의 산소 농도를 담은 신선한 공기를 뿜어대는 산소아파트 △외출하고 집안에 들어오면 현관에서 자동으로 소독을 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 △집안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해 운동할 수 있는 가상현실아파트 정도.

모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지만 현대 삼성 대우 등이 운영중인 주택전시관에서 가동중인 아파트 모델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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