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정치개혁 의지보여야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09분


재벌개혁의 소리는 요란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현안인 정치개혁은 뒷전에 밀려난 모양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그리고 열흘만인 25일 5대 재벌총수와 재벌개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내용에 대한 평가야 여하튼 발빠른 대응으로 재벌개혁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정치개혁은 답보상태다. 김대통령은 1년반전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도 정치개혁 우선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아무 한 일이 없었다. 세 차례 활동시한만 연장했다가 그만이었다. 광복절 경축사 이후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다시 한번 회담을 가졌으나 곧바로 결렬됐다. 이대로라면 최종시한인 10월20일까지 여야간에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시한마저 넘기면 정치개혁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셈이다. 총선(2000년 4월)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여든 야든 정치개혁에 더 이상 신경쓸 여유가 있겠는가.

이렇듯 정치개혁 시한이 빠듯한데도 집권여당인 국민회의는 정치개혁 주도보다는 신당 창당에 몰두하고 있다. 내달 10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소집하고 10월10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다고 한다. 물론 낡은 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정치의 틀을 갖추기 위한 정당의 인적 쇄신은 필요하다. 말 그대로‘개혁적 보수세력’과‘합리적 진보세력’을 포괄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정치개혁의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집권여당의 신당 창당은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 승리에 주요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의 길지않은 정치사를 뒤돌아보면 이럴 경우 정치개혁은 으레 겉치장에 불과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정치개혁을 시장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 숫자 얼마 줄이는 것으로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정경유착의 악폐를 뿌리뽑고 투명한 정치를 보장하는 근원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정당정치의 제도화, 민주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정당의 비민주적 구조, 1인보스 지배체제가 상존하는 한 신당을 만들고 새 인물을 영입하는 것만으로 본질적인 정치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개혁은‘모든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 한 예로 정치개혁이 없는 한 재벌개혁도 제대로 될 수 없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면 이를 기득권자인 여야 정치인에게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대통령부터 재벌개혁에 쏟는 이상의 의지와 실천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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