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수련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인솔했더라면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났을까요?
둘째, 화재 초동진압시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화재를 발견한 사람은 소화기를 사용할 생각도 못한 채 인근 수영장 물과 잠바를 벗어 화재를 진압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소화기를 사용하면 웬만한 화재는 거의 진압이 가능합니다.
셋째, 화재발생 후 1시간이나 늦게 소방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당황하고 다급했겠지만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의 전문가인 소방관의 도움을 신속하게 받을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넷째,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화재가 난 곳은 준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시설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하고 관심이 없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섯째, 교육시설에 대해서는 소방시설의 적용이 매우 느슨합니다. 소방법에 따르면 청소년 수련시설은 교육연구시설로 분류돼 건물 1개동의 연면적이 2000㎡가 되어야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되고 3000㎡가 넘어야 옥내소화전설비를 설치하게 돼있습니다.
일곱째, 어린이를 수용하는 수련원의 건물이 컨테이너 조립식 건물이었습니다. 또 건물 양쪽에만 피난계단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건물 양쪽 피난계단 사이의 복도 길이가 52m라니, 어린 아이들이 불길과 연기속에서 우왕좌왕하다 쓰러져 갔을 광경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직업상 화재 등 재난을 자주 접할 때마다 왜 우리는 안전에 대해 무방비 상태이며 쉽게 잊어버리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만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고 시간이 경과하면 슬그머니 넘어가버립니다.
어린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생겼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까요? 그 해답을 모르겠습니다.
노정엽(전주소방서 방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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