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독립영화 「하우등」김시언 감독

입력 1999-07-01 19:25수정 2009-09-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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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혼자 했어요.”

3일 극장 개봉을 앞둔 16㎜ 독립영화 ‘하우등’의 김시언 감독(37). 제작진은 어떻게 모았고 제작비는 어떻게 댔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죄다 이런 식이다.

‘하우등’은 대규모 상업자본의 뒷받침없이 충무로 밖에서 만든 저예산 영화, 통칭 ‘독립영화’. 그는 “지긋지긋해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고생했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냥 혼자’했을 뿐이라고.

독립영화제작 소모임에 소속되지도 않은채 혼자 극본을 쓰고 제작을 준비한 그는 스태프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 후배들’을 불러모았다.

8000여만원 가량의 제작비도 대기업이 투자를 거절하자 주머니를 털고 친척들에게 빌려 조달했다. 든든한 ‘돈줄’이 없는 탓에 필름을 살 때도 모두 현금결제를 해야 했다.97년 8월 시작된 촬영은 돈이 떨어지면 중단되기 일쑤였다. 배우들에게 “출연료는 줄 수 없다”고 미리 말해두고 6명의 신인들을 모아 촬영시작전 35일간 대사연습을 시켰다.

‘하우등’의 낮장면은 모두 밤에 촬영한 것. 쪼들리는 형편이지만 ‘완벽한 화면’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감독은 “낮에 해가 비쳐 그림자가 생기면 장면마다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질까봐” 낮장면도 밤에 조명을 비춰 촬영했다.

비오는 장면에서는 비를 뿌리기 위해 밤에 제작진이 전부 지붕위에 올라가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비를 뿌리는 대형 스프링쿨러도 구할 수 없어 자잘한 구멍을 낸 함석통에 주전자로 물을 붓고 물조리개 5,6개로 한꺼번에 물을 뿌려 비오는 효과를 냈다.

악전고투 끝에 만들어낸 ‘하우등’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 물결’부문에 선을 보인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 등 5곳의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 중.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재촬영 한번 못해 안타깝지만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밤늦게 학교 도서관에서 나올 때 상쾌한 밤공기를 맞는 기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내가 할 일은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

88∼91년 프랑스 파리 영화학교 CLCF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김감독은 두번째 장편영화로 도시 젊은이들의 감성을 담은 ‘구지가’시나리오를 완성, 제작준비중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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