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12대문

  • 입력 1999년 5월 24일 19시 10분


각국의 새 천년맞이 사업계획을 보면 새 구조물을 건립하는 나라와 기존의 명소를 이용하는 나라로 구분된다. 새 구조물을 건립하는 나라는 영국이 대표적이다. 지름이 3백60m에 높이가 50m나 되는 대형 건축물을 지으며 밀레니엄 돔이란 명칭을 붙이고 있다. 에펠탑이 있는 파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명소에 있어서 열세였던 런던이 이 돔을 21세기의 명소로 만들려는 야심이 엿보인다.

▽반대로 기존의 명소를 이용하는 나라들은 이스라엘의 성지순례, 이집트의 피라미드앞 공연, 바티칸의 대희년(大禧年)선포와 같은 예에서 보듯이 역사의 자산을 세계인에게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명소가 없는 탓인지 지난달 발족한 대통령직속의 새천년준비위원회는 21세기 내내 12대문을 짓는 것을 필두로 여러가지 사업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위원회발족 한달만에 내놓은 사업계획치고는 거창하고 다양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우선 공허함이 느껴지는 게 적지않다. 대표적 사업인 10층 높이의 12대문건립계획의 경우, 그걸 지어서 무얼하겠다는 건지 개념의 구체성이 없다. 평화체험관으로 꾸미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처럼 거창한 구조물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독립기념관처럼 초기에 반짝 내국인이나 찾다마는 곳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정권만 바뀌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풍토에서 첫번째 대문이 마지막 대문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영국은 밀레니엄 돔을 왜 세웠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1백10년전 세운 에펠탑이 20세기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았듯이 다음 세기 전세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내심이 쉽게 읽혀진다. 탑도 돔도 아니지만 전 세계 관광객이 찾고 싶어하는 한국의 명소가 새 천년의 기념물이 되도록 머리를 짜내야 한다. 새천년준비위는 기발하면서도 실용성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폭넓게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 되지 않을까.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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