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 플라자]지정자리없는 「모빌오피스制」

  • 입력 1999년 5월 6일 19시 38분


한국IBM은 95년 7월 영업부 소속 직원 5백여명의 책상을 치워버렸다. 회사내에 지정된 자리를 주지 않고 근무하도록 하는 모빌 오피스(Mobile Office)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책상을 치운다’는 것은 샐러리맨들 사이에선 ‘퇴사’로 통하는 말. 한국IBM의 해당 직원들도 당시 ‘내 자리’가 없어진다는 상실감을 느꼈다.

직원들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한국IBM은 1백억원을 들여 모빌 오피스를 위한 사내 컴퓨터시스템과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해당 직원 전원에게는 노트북PC와 휴대폰을 지급했다.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는 각자의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직원들이 회사로 나와야 할 일이 있을 경우 사무실의 프론트데스크에서 간단한 조회를 통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결과는 회사 직원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갔다는 게 한국IBM측의 평가. 회사 입장에서는 모빌 오피스를 도입한 이후 20개층에 걸쳐있던 사무실을 12개층으로 줄여 비용절감 효과를 크게 봤다.

직원들은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자기 계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영업직원이 현장에서 본사의 정보망에 접속,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주는 덕택에 과거보다 문제 해결이 빨라졌다.

한국IBM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나타나자 이후 모빌오피스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하나 둘 늘고 있다. 이들 회사가 공통적으로 꼽는 모빌 오피스 제도의 장점은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모빌오피스 제도를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인 한국3M의 최혜정과장은 모빌오피스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고객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3M은 직원들에게 노트북과 휴대폰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집에도 회사에서 요금을 부담하는 전화선을 설치해줄 계획이다.

국내기업 중에는 제일제당이 자체 개발한 사내 정보망을 이용해 모빌오피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제일제당의 영업사원들은 아침에 집을 나서기전 노트북으로 영업본부 전산프로그램에 접속, 영업본부에서 올린 시장동향, 경쟁사 영업정보, 본부 지시사항 등을 다운로드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사원들이 무계획적으로 거래처를 방문하거나 정보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처 관계자들을 만나 활동에 비해 영업성과가 저조했다”며 “모빌오피스 도입 이후 거래선 정기방문율이 60%에서 96%로 향상됐으며 영업사원 1인당 매일 방문하는 점포수도 2.7개점에서 5.3개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제일제당은 지난해말 모빌오피스를 도입해 현재 전체 영업사원 1천명 가운데 2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중이며 2000년초까지 전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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