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해음반 판정 반발 조PD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청소년들에게 해롭다는 판정은 청소년의 이름을 빌린 어른들의 결정일 뿐이다.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연예술진흥협의회가 16일 자신의 음반 ‘조PD In Stardom’의 수록곡 ‘Break Free’를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욕설이 청소년의 정서에 유해하다”고 판정을 내리자 17일 조PD는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미국 뉴욕 인근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는 조PD에게 입장을 들었다. 본명이 조중훈(22)인 그는 중학3년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에 유학가 현재 뉴욕시 버클리음악대학에서 믹싱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다.

―‘X같은’이란 표현은 욕설이다. 한국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가.

“공감한다. 그러나 음반 판매를 금지한다고 청소년들이 ‘X같다’는 소리를 안하겠는가. 욕설의 강도가 중요하지 않다. 가사 전체의 내용을 보라. 입시 등 청소년들을 억압하는 상황을 꼬집었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는가.”

―할 말을 꼭 욕설로 해야 하나.

“나의 방식으로 내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다.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 반응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말이 없다. 내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인정한다.”

―미국 랩음악에는 심한 욕설도 많은데.

“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80년대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제작자가 ‘부모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판정에 이의신청을 할건가.

“한국의 매니저에게 맡겼다. 다만 음반은 수정할 생각이 없다. 내 생각을 음반에 옮겼고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과 듣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작사 작곡때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글쎄…. 앞으로도 노래에 욕이 필요하면 다시 쓰겠다. 그러나 이슈화를 위해서 그러지는 않겠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뭘 느꼈나.

“한국의 학교에서는 즐겁지 않았다.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획일적이었다.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해 ‘다른 나’를 인정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교육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보다 앞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사운드가 조금 거칠 뿐 가사를 그리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있었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해판정을 받은 음반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팔 수 없게 된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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