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영등포조합아파트『청약 자릿세 3백만원?』

  • 입력 1999년 2월 25일 07시 26분


‘이틀전부터 시작된 아파트 청약 줄서기. 게다가 2천여명은 밤샘까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이트맥주공장부지에 들어서는 대우건설 조합아파트 현장. 이곳에서 24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엔 이날 하루 3만여명이 다녀갔다.

일대는 난장판이었다. 평소 차로 5분 거리인 영등포로터리에서 아파트사업 현장까지 30분 이상이 걸렸고 2차로인 아파트현장 진입로는 주차장이 돼버렸다.

오전 1시부터 모여든 관람객들은 개관시간인 오전 9시가 되자 8백여명으로 불어났다.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은 23일밤을 영등포 인근 여관에서 지냈다는 것.

그중 일부는 26일 시작되는 조합원 선착순 모집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각오다. 자연스럽게 긴 줄이 만들어졌다.

24일 오후 6시쯤 되자 대부분의 평형이 모집인원을 넘어섰다. 9백42명 모집하는 33평형의 경우 1천명을 헤아렸고 35평형(모집인원 4백24명)과 25평형(3백56명)도 모집인원을 훨씬 넘었다. 급한 마음에 미리 낸 예약금만도 이날 하루에 1백68억원이나 접수됐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1천5백명분의 계약금이다.

줄 앞에 선 사람에겐 “2백만∼3백만원을 줄테니 자리 좀 바꿔달라”는 제의도 있었다.

2천여명은 밤샘에 들어갔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 1개 중대가 동원됐다.

줄을 선 이모씨(45·여·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주변시세보다 평당 1백만원 이상 싼데다 도심내 대단지여서 시세차익이 꽤 될거라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밤이 깊어지자 아파트사업부지 이곳저곳에서 장작불이 타올랐다. 일부는 준비해온 솜바지 등을 껴입으면서 철야에 대비했다. 우동 등을 파는 포장마차 3곳이 문전성시였고 커피 행상 10여명도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이에 앞서 대림산업이 22일 접수를 시작한 경기 군포시 산본 대림아파트 조합원 모집도 1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청약 시작 1시간여만에 완료됐다.

이들 신청자 대부분은 20일 모델하우스 개관 직후부터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숙하면서 이틀밤을 꼬박 지새운 끝에 선착순 신청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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