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해안에도 간첩선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8시 49분


북한 간첩선이 이번에는 남해에서 격침됐다. 동해와 서해에 이어 남해안까지 간첩선이 출몰하는 상황이다. 금강산관광 등 남북한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마당에 북한은 오히려 대남(對南) 전방위침투 도발을 부쩍 강화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대북(對北) 화해 협력정책의 기조가 흔들려서도 안되겠지만 안보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이 더욱 필요한 때다.

안보가 우리 대북정책의 바탕임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북정책의 첫번째 원칙이 바로 북한의 대남도발 불용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계속 간첩선을 침투시켜 군사도발을 자행하고 있다. 이번 간첩선만 해도 우리측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먼저 공격을 가해왔다. 간첩선 침투를 항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첩보행위정도로 간주하고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지 않을 수 없다. 취약한 안보상황에서는 대북 화해 교류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안보에 관한 한 좀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난 6월 동해안 간첩선 침투 때만 해도 대다수 국민의 요구는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미온적인 대응으로 우리 사회에는 안보 불안감과 함께 안보 불감증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군이 이번에 7시간여에 걸친 치밀한 작전으로 북한 반잠수정을 격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육해공군 합동작전의 개가라고 할 수 있다. 갖가지 사건 사고로 실추된 군의 명예와 사기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 반잠수정 모선의 행방이 묘연하고 간첩의 육지 상륙 여부도 확실치 않다. 경계태세를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확고한 방위태세를 갖추는 것이 안보를 보장하는 최상의 수단임을 군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은 구태의연한 냉전적 대결 침투전략을 버려야 한다. 간첩선을 침투시키고 도발행위를 일삼는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도움될 일은 하나도 없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동해와 서해에 모두 6개의 해상침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남 침투 특수요원만 해도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아직도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평양당국이 그같은 목표와 전략을 버리지 않는 한 앞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 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간첩선 침투 사건이 그들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 평양 당국은 다시 한번 냉철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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