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보험통합 아직은 무리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직장의보노조 등과 함께 대다수 직장인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이런 거센 반대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굳이 현 시점에서 의보(醫保)통합을 꼭 밀어붙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의보통합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 긴 논란 끝에 사회보장 원칙달성을 위해 각자 능력에 따른 공평한 부담을 하고 의보체제 일원화로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통합론이 대세로 굳어진 셈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의보통합은 방법과 절차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파악률이 도시자영자 23%, 농어민 50%선인데 반해 직장인은 100%여서 의보통합이 되면 직장인들만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직장인의 가족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은 별도로 보험료를 내게 돼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러니 ‘직장인만 봉’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의보통합으로 현재 직장의보가 적립해놓고 있는 2조5천억원이 고스란히 지역의보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쓰여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역의보는 당초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이 매년 감소하는 바람에 만성적인 적자를 보여 왔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직장의보들이 아껴 모은 적립금으로 지역의보의 적자를 해결하겠다니 어느 직장인들이 수긍을 하겠는가. 먼저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지역의보 적자를 해결하고 나서 의보통합을 하는 것이 순서이자 순리다.

의보통합으로 경쟁원리가 약화되고 대신 국가의존심이 커지게 되는 것도 문제다. 결국 국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의타심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진료비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지난 10월 지역의보와 공무원 교직원의보가 통합된 후 보험료징수율이 종전 94%에서 80% 이하로 떨어진 것이 이를 말해 준다. 통합운영관리에 따른 거대 공조직의 속성인 고비용 저효율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보통합의 한쪽 당사자인 직장인들의 이런 불만과 지적들을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자칫 사회분열을 부를 위험도 있다. 의보통합 자체를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전준비 부족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밀어붙이기식의 의보통합추진을 일단 연기하고 드러난 문제점들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로서는 여건이 덜돼있어 의보통합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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