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위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다. 그러나 문건에 나타난 논의내용은 자문기구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자문기구가 정부조직법상의 집행기관인 기획예산위나 행정자치부와 ‘업무를 분담’한다는 것은 법체계를 흔들 우려가 있는 발상이다. 감사원 법무부 공정거래위 같은 ‘특수 정부기관’의 구조개혁은 기획예산위가 추진하기 어려우니 제2건국위가 맡는다는 논의는 이 기구가 ‘초(超)권력기관’이냐는 오해를 부르고도 남는다. 그러잖아도 지방에서는 제2건국위에 참여한 일부 인사들이 마치 권력자라도 되는 양 행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제2건국위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처음부터 확연하지 못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이 기구는 개혁방향과 과제를 설정하고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등의 일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각 부문의 개혁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터에 자문기구가 개혁방향과 과제의 설정에 관여한다는 것부터 중복과 혼선의 소지를 내포한다. 그런 모호함에서 벗어나려다가 ‘업무분담’ 논의에까지 이르게 됐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앞으로 또 무슨 발상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제2건국위에 대해 “어떻게 운영되느냐 하는 것보다 필요하냐 아니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영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필요성에 대한 회의(懷疑)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할 바에야 왜 그런 기구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대두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여론이 그렇게 흐르기 전에 제2건국위의 성격과 기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시비소지를 말끔히 없애야 한다.
제2건국 운동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동의와 자발적 동참이 필수적이다. 제2건국위가 하려는 일에 국민이 의문을 품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고 자칫 엉뚱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진정으로 필요한 운동이고 기구라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은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