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재/野 원칙없는 「부총재 인선」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26일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1년 가까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려온 한나라당이 ‘진정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8·31’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 이회창(李會昌)총재도 한나라당의 계파정치 불식과 정책정당 변모 의지를 여러차례 다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이총재가 지명한 부총재단의 면면을 보면 이같은 원칙과 기준이 실종된 듯한 느낌이다.

지역안배인지, 계파배려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선수중심인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당초 이총재는 강력한 대여관계 구축을 위해 계파안배를 배제한 ‘실무형’ 부총재단의 인선방침을 밝혔었다.

그러나 비주류가 ‘독식(獨食)’이라며 반발하자 각 계파 수장을 전면배치하는 ‘실세형’ 부총재단을 구성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가 이마저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가 거부하자 무산됐다. 결국 실무형도, 실세형도 아닌 어정쩡한 인선결과만 부산물로 남게 됐다.

책임정치 측면에서 부총재단을 어떻게 구성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이총재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하지만 당내 다수가 납득할 수 없는 인선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다 이총재가 계파 수장들을 끌어안는 포용력을 발휘하는데 실패했다면 부총재 인선에서 지역안배의 원칙만이라도 최소한 반영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당의 취약지역인 호남과 충청, 그리고 중부권 인사들이 부총재단에 포함됐지만 영남권출신이 9명 중 5명이나 포진했다는 사실은 새 정부의 인사정책을 지역차별이라고 맹공했던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원재(정치부)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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