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후 1시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300t급 중국 어선 2척이 해양경찰에 나포되고 있다. 해당 어선에는 해경의 접근을 막기 위한 철조망과 와이어 등이 설치돼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불법을 감행하면서 단속을 피하려고 창살까지 만들어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는 건데,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달 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해역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 문제를 이렇게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그거 아주 못됐다”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외국의 격침 대응 사례까지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단속을 지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해군이 (불법 조업) 어선을 몇 척 격침하니 그 이후엔 안 오더라”며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지만,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오래된 고질병이다. 중국 어선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불법으로 넘나들며 어린 물고기까지 쓸어가 한국 어장을 황폐화시킨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쇠창살 등을 설치해 저항하기도 하고, 특히 서해 NLL 인근에서는 군사·안보 등의 이유로 해경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교묘함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해 NLL 인근에서는 하루 평균 97척의 불법 중국 어선이 출몰했고, EEZ에도 하루 평균 160척의 중국 어선이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새해 들어서도 이달 4일 전남 신안군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이 단속을 피해 불을 모두 끈 채 도주하다 해경에 나포됐다.
해경은 지난해 한국 수역을 침범한 중국 어선 57척을 나포했지만, 붙잡지 않고 퇴거 조치하거나 차단한 사례는 2700여 척에 달한다. 중국 어선들이 상시적으로 한국 해역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해경은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대응 수위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나포를 원칙으로 대응하고, 나포된 어선에 부과하는 담보금도 기존 최대 3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반적으로 나포된 중국 어선은 담보금을 내지 않으면 선장 등 간부 선원이 구속되고, 일반 선원은 강제 추방된다.
이 대통령은 이 담보금과 관련해 “10척이 넘어와서 1척이 잡히면 10척이 같이 돈을 모아 물어주고, 다음에 또 떼로 몰려온다”며 “10척이 모아서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바 있다.
해경은 또 불법 조업 어선 단속에 최적화된 400~500t급 전담 함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담 함정은 현재 단속에 주로 투입되는 소형 고속단정이 어선과의 크기 차이 등으로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경청 관계자는 “불법 조업 외국 어선을 근절하기 위해 항공기와 드론을 활용한 입체적 단속도 시행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중대 위반 어선은 중국 측에 직접 인계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