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전략문제논평]러시아 신용등급 「阿수준」추락

  • 입력 1998년 10월 16일 19시 17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기울어가는 러시아’를 요약, 소개한다.》

러시아를 덮친 경제위기는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통치가 사실상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자본시장중 가장 성장률이 높았던 러시아는 완전히 피폐화 됐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 황제에 비유되던 대통령의 권위는 거의 사라졌다. 중앙정부는 허약해지고 있고 반면에 지역의 목소리와 힘은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적인 성취는 국내외에서 과대포장됐다. 국가수입과 외국원조금은 도둑질 당했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해외투자자들은 러시아에서 발을 뺐고 이에따라 러시아 재정과 통화 붕괴가 가속화됐다. 국채시장이 무너지면서 금융체계는 마비됐다. 외국인들이 1천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잃었다.당연히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은 아프리카 수준으로 추락했다.

수입품 공급체계도 흐트러졌고 값은 뛰었다.이는 전국적인 임금체불과 맞물려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경제위기는 갓 형성되기 시작한 중산층에 타격을 주고 이들의 예금 계좌를 빈털터리로 만들었다. 이제 러시아 금융기관과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총 75만명의 인력 가운데 최소한 20%를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정부는 40억루블이나 되는 군인에 대한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물가가 급등해 돈을 받아봐야 예전의 가치가 없다. 옐친은 93년 9, 10월 같은 폭력사태가 재발할까봐 자신이 임명한 총리에 대해 인준을 거부하는 하원을 해산하지 못하고 야당인 공산당과의 타협안으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총리로 임명해야 했다. 물론 프리마코프 정부에는 공산당원도 입각했다.

러시아국민은 91년부터 98년까지 진행된 이른 바 ‘경제개혁’을 완전히 불신한다. 프리마코프의 ‘연립정부’는 중도적인 경제전략을 취하고 있다.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도 못하고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려 한다. ‘물가가 올라도 어쩔 수 없다’며 돈을 찍어 내려고 한다. 외환보유액은 바닥나고 국가체계가 허술해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현 정부가 택할 정책은 극히 제한돼 있다.

행정부는 극도의 내부분열상을 보이고 있다.어떤 정책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프리마코프총리를 적대시하는 정당이나 계층은 없지만 그는 정치적 기반도 없다. 현정부가 무엇을 하건 경제위기는 악화하게 돼 있다.

국내외 투자는 오랜 기간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올 러시아의 겨울은 91년 겨울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옐친이 올 연말까지 자진사임하지 않으면 공산당은 그에 대한 사임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프리마코프총리도 살아남기 위해 반(反)옐친 진영에 서야할지 모른다.따라서 내년에 조기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핵강국인 러시아에 내전이 발생하거나 강성 민족주의자의 독재체제로 갈 가능성은 없다. 선거를 통한 권력체계의 형태는 유지될 것이다.

러시아는 앞으로 어느 때보다도 열악한 환경을 맞을지도 모른다.

〈정리〓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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